짝사랑이뤄결혼약속했는데남자는왜… 춘천교제살인사건

  • 등록 2025.11.01 12: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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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원에서 만난 피해자 짝사랑
4년 뒤 결혼 준비됐다며 고백해
자신 뜻 안 따르는 여자친구 살해
잔혹하고 재범 위험에 ‘무기징역’

 

2018년 10월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가해자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사랑하는 딸이 결혼을 약속한 남자에게 살해당했다는 유족의 사연이었다. 유족은 잔인하고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엄벌에 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23세의 A씨, 가해자는 A씨와 교제 중이던 28세의 남성 B씨였다.

 

A씨는 2014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소재 K대학에 입학했다. 그해 학교 근처 스피치 어학원에 등록해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같은 시기 B씨도 해당 어학원에 다녔다. B씨는 자신을 K대학 동문이라고 소개하며 친근하게 다가가 A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받았지만,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4년이 흘러 A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한 대기업에 취업했다. 2018년 7월 어느 날, A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B씨였다. 그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국회 인턴을 마친 뒤 춘천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짝사랑해 왔지만 준비가 되지 않아 말하지 못했다. 이제는 결혼 준비가 다 되어 연락했다”고 고백했다.

 

두 사람은 곧 연인이 됐다. B씨는 교제 한 달 만에 결혼 얘기를 꺼냈다. 대기업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A씨는 결혼을 망설였지만, B씨는 지역 유지인 아버지가 정년을 앞두고 있다며 결혼을 서두르자고 했다. 결국 두 사람은 2019년 4월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교제 3개월 만인 2018년 10월 중순 상견례 날짜를 잡았다.

 

당시 A씨의 직장과 거주지는 서울이었고, B씨는 부모와 함께 춘천에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신혼집 위치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A씨는 직장생활이 가능한 지역을 원했지만, B씨는 A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춘천으로 내려와 식당 운영을 돕기를 바랐다. 갈등 끝에 두 사람은 A씨 부모의 조언에 따라 경기도 남양주시 인근에 신혼집을 마련하고, 서울과 춘천을 오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B씨는 A씨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신혼집 문제를 두고 거칠게 따졌다. 그는 A씨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예비 장모의 간섭 때문이라고 여겼다.

 

2018년 10월 24일, B씨는 A씨에게 춘천으로 와 달라고 연락했다. A씨는 자격증 공부와 가족 일로 어렵다고 했지만, B씨는 집요하게 요구했다. 두 사람은 춘천역에서 만나 B씨의 차를 타고 그의 옥탑방으로 향했다.

 

그날 오후 10시 30분쯤, 춘천에 간다고 말했던 A씨가 카톡과 전화를 모두 받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A씨의 어머니는 B씨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에 전화해 딸의 행방을 물었다. 이후 A씨를 찾아 나선 B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옥탑방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B씨 어머니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B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다음 날 새벽 지인이 있는 교회로 도피한 B씨를 긴급체포했다. B씨는 신혼집 장만과 혼수 문제로 다투다 우발적으로 A씨를 살해했다고 자백했지만, 범행 수법이 너무 잔혹해 유족이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옥탑방에서 A씨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한 뒤 흉기를 사용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K대 졸업, 국회 인턴, 지역 유지 집안 등 자신의 이력은 모두 거짓이었다. 실제로는 고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별다른 직업 없이 부모가 운영하는 국밥집 일을 도우며 지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국민청원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B씨에 대해 법원은 “결혼에 집착한 피고인은 자기중심적 성향을 보였으며, 헤어지자는 여성에게 협박 등 폭력적 행태를 반복했다. 유사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 재범 위험이 매우 크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했다.

 

A씨 유족이 올린 청원은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으나, B씨의 신상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이소망 기자 somang@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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