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부녀, 16년 만에 무죄 확정

  • 등록 2025.11.04 12: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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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강압 수사로 15년 옥살이”…

 

2009년 발생한 이른바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백 씨 부녀가 검찰의 강압 수사로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끝에 16년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검찰청은 4일 “광주고법의 재심 무죄 판결을 수용하고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는 지난달 28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았던 아버지 백점선 씨(75)와 딸 백 모 씨(41)에 대해 “모든 혐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은 2009년 7월 전남 순천의 한 마을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가족과 이웃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돼, 2012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뒤 복역했다.

 

재심 재판부는 “수사와 기소, 재판이 모두 검찰의 예단에서 출발했다”며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피고인이 오탈자 하나 없는 자백서를 작성하고, IQ 70 수준의 경계선 지능을 가진 딸이 유도성 질문 끝에 자백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은 검찰이 상고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대검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객관적 증거 없이 자백을 유도하고, 진술거부권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채 수갑과 포승으로 결박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등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와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오랜 세월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은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피고인들에 대한 보상 절차와 명예회복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검찰개혁 논의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 보호와 인권 중심의 수사 시스템 확립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백 씨 부녀는 2011년 11월 유죄 확정 후 수감됐다가, 지난해 1월 재심 개시 결정과 함께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15년간 가족을 살해한 살인범이라는 낙인 속에 감옥생활을 견뎌야 했다.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늦었지만 상식적인 결정이 내려져 다행”이라며 “이 사건은 문맹이거나 경계선 지능을 가진 피의자가 강압 수사에 노출될 때 어떤 왜곡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사기관은 취약계층 조사 시 신뢰관계인 동석 등 절차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경계선 지능인을 고려한 사법 절차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희원 기자 chw1641@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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