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해서 죽이겠다”… 부산 돌려차기 강간살인미수 사건

  • 등록 2025.11.08 06: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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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 없는 여성 돌려차기로 폭행
항소심서 성범죄 정황까지 드러나
징역 20년 확정에도 반성태도 없어
보복 협박에도 신상공개 불발돼

 

 

2022년 5월 22일 오전 5시 부산 서면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 앞, 20대 여성 김모씨는 귀가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뒤따라 들어온 이모(당시 30세)씨가 갑자기 발길질로 김씨의 머리 뒤쪽을 가격했다. 이른바 ‘돌려차기’였다. 피해자는 벽면에 부딪힌 뒤 바닥에 쓰러졌다.

 

가해자는 쓰러진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먼저 빼앗았다. 이후 머리 부위를 향해 발길질을 이어갔다. 첫 공격이 이뤄진 뒤 피해자가 의식을 잃기까지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불과 수 초 사이에 상황이 급변했다.

 

이씨는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어깨에 둘러멘 채 CCTV가 닿지 않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약 7분 뒤 그는 피해자를 1층 복도에 내려둔 채 현장을 떠났다. 피해자는 입주민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고 외상성 두개 내 출혈 등 중대한 뇌손상 진단을 받았다. 발목 부위 역시 후유장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수사에 나선 부산경찰청은 주변 CCTV를 토대로 동선을 추적해 사흘 만에 부산 시내 한 숙박업소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두 사람은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로 확인됐다. 이씨는 체포 직후 피해자가 자신을 노려본 것 같아 기분이 상해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피해자의 머리 부위만을 반복적으로 공격한 점에 주목했다.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범행을 감행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을 맡은 부산지방법원은 2022년 10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은 20년이었다.

 

 

항소심 과정에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검찰은 사건 당일 CCTV 공백 시간대에 성폭행 정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의복에서 가해자의 DNA가 검출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공소장을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변경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의복이 벗겨진 사실을 인정했다. 폭행이 강간의 목적이나 수단으로 이뤄졌다고 보면서 징역 20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이씨는 상고하며 고의를 부인했고 심신미약 상태의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피해자는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재범 가능성을 우려했다. 수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이씨는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사이코패스 검사로 알려진 PCL R 평가에서도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출소 이후 보복 가능성에 대한 공포도 이어졌다. MBC ‘실화탐사대’는 이씨와 같은 구치소 수용자였다는 인물의 제보를 공개했다. 방송에서는 이씨가 피해자의 신상을 기억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피해자는 신상 공개를 요구했지만 제도상 한계에 부딪혔다.

 

피의자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에 해당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 가능하다. 다만 이 사건은 기소 당시 성범죄 혐의가 포함되지 않았고 재판 단계에 들어선 이후여서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편 유튜버 카라큘라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가해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이로 인해 사적 제재 논란이 일었고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소망 기자 somang@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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