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그동안 고생했어요.”
그 말 한마디가 가슴을 울렸습니다.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습니다. 수감되기 전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나눈 대화에서 둘째가 억지로 웃으며 건넨 말이었죠. 저는 그 웃음 뒤에 숨어있는 상처를 외면한 채 아무 일 없다는 듯 다른 말만 꺼내던 못난 아버지였습니다.
제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으로 ○○구치소에 수감된 지금, 가장 괴로운 건 두 아이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됐다는 사실입니다. 인생의 절반을 가족을 위해 살아왔다고 믿었지만, 이제 와 돌아보면 그건 제 욕심을 가족에게 덧씌운 삶이었고,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겼습니다.
큰아이는 이제 대학생입니다. 이제 막 사회를 배우고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할 시점인데, 아버지가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그의 발목을 잡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작은아이는 아직 고등학생인데,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얼마나 불편하고 위축될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저립니다.
부끄러운 이름, 감추고 싶은 가족…. ‘아버지’라는 말이 그들에게 자랑이 아니라 상처가 되었다는 사실이, 저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후회하게 만듭니다. 그들에게 해준 것보다 아프게 한 기억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수감생활 중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이 바로 아이들의 얼굴입니다. 면회를 오지 않는 것에 섭섭해할 자격도 없고, 연락을 피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다만 이 반성문을 통해,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봅니다.
“지금의 아빠는 실패했지만, 이대로 끝나고 싶지 않다.” 이게 제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다시는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고, 아이들이 아버지를 생각할 때 작게라도 미소 지을 수 있도록 바르게 살아갈 것입니다. 출소 후 저는 정직한 일자리를 찾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학비를 조금이라도 보태고, 집안일에도 발 벗고 나서며,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시 새기겠습니다. 돈이 아니라 믿음을 회복하는 길을 걷겠습니다.
아이들 앞에서는 당당할 수 없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적어도 다시는 죄를 짓지 않고, 작은 약속이라도 지켜 내는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사람답게, 책임 있게, 부끄럽지 않게. 이 반성문은 그 다짐의 기록이며, 아이들에게 전하는 조용한 편지입니다. 아직은 용서받지 못했지만, 용서받기 위해 살아가겠다는 고백이자 약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