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오늘은 안팍의 안지성 변호사님을 모셨습니다. 변호사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안팍에서 형사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안지성 변호사입니다.
마약, 보이스피싱, 강력범죄 등 중대 형사사건을 주로 다뤄 왔습니다. 형사재판은 한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절차인 만큼 법과 증거에 따라 책임의 범위를 분명히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중대 사건일수록 법리 검토와 선행 판결 분석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 실무에서는 어떻습니까?
A. 중대 사건일수록 사실관계 정리와 함께 법리 검토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혐의 인정 여부를 다투는 차원을 넘어, 구성요건 해당성이나 고의 판단, 공모 범위처럼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세밀하게 정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사 판례의 흐름과 최근 재판 경향을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다만 연구가 목적이 되기보다는, 구체적인 사건의 사실관계에 맞는 논점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결국 실무에서는 이론적 논의와 실제 기록을 연결해 설득 가능한 논리를 구성하는 작업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Q. 판례 분석 과정에서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 중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보십니까?
A.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보다는 순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법리가 아무리 정교해도 사실관계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같은 법리라도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지면 결론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가 형사 사건에서는 특히 많습니다.
그 위에서 법리 판단을 살핍니다. 유사한 사실관계에서 법원이 어떤 논리로 결론을 내렸는지 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결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판단에 이르렀는지를 이해해야 실제 사건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판례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사건의 사실관계와 판례의 사실관계가 어디서 같고 어디서 다른지를 정확히 짚어내는 작업입니다. 그 차이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성하느냐가 실제 재판에서의 변론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Q. 실제 변호 전략을 세울 때 기존 판례와 다른 논리를 제시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그런 전략은 어떻게 접근하게 됩니까?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이 변호인으로서 가장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기존 판례와 다른 논리를 제시해야 할 때는 먼저 왜 이 사건이 기존 판례와 다른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논리를 들이미는 것은 재판부의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사실관계의 차이든 법리 해석의 여지든 근거가 분명해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재판부가 새로운 논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인지를 살핍니다. 상급심 판례가 확립되어 있는 경우와 아직 해석이 열려 있는 경우는 접근 방식이 달라집니다. 무리한 논리보다는 재판부가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의뢰인에게 유리한 방향을 찾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결국 판례를 뒤집으려는 시도보다는 이 사건만의 특수한 사정을 부각해 기존 판례가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판례가 충분히 쌓인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은 재판 전략에서 어떻게 달라집니까?
A.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판례가 축적된 사건은 예측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슷한 사실관계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려왔는지 흐름이 잡혀 있기 때문에 전략의 핵심은 내 사건의 사실관계를 유리한 판례에 최대한 가깝게 구성하거나 불리한 판례와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집중됩니다. 틀이 정해진 안에서 최선의 위치를 찾는 작업입니다.
반면 판례가 없거나 부족한 사건은 그 틀 자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법리 해석의 여지가 열려 있는 만큼 학설이나 외국 사례 입법 취지 등을 활용해 재판부가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처음부터 구성해야 합니다. 자유도가 높은 만큼 준비에 더 많은 공이 들어가고 결과의 불확실성도 커집니다.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판례가 많아도 불리한 흐름이 굳어진 경우가 있고 판례가 없어도 논리를 잘 구성하면 오히려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낼 여지가 생기기도 합니다.
Q. 최근에는 판결문 공개와 판례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판례 분석 방식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실무에서도 그런 변화를 체감하십니까?
체감합니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접근할 수 있는 판결문의 양 자체가 크게 늘었습니다. 과거에는 주요 판례 위주로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하급심 판결까지 폭넓게 살펴볼 수 있어서 양형 흐름이나 재판부의 판단 경향을 훨씬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양형 분석에서 차이가 큽니다. 비슷한 사건에서 어느 요소가 형량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여러 판결을 통해 비교할 수 있다 보니 의뢰인에게 현실적인 예측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데이터가 늘어난 것이 곧 분석의 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판결문을 많이 보는 것과 그 안에서 의미 있는 흐름을 읽어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데이터는 도구일 뿐이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전략에 연결하느냐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재판부도 기존 판례와의 일관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보십니까?
A. 그렇습니다. 일관성은 사법 신뢰의 기반이기도 하기 때문에 재판부 입장에서도 기존 판례와의 정합성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상급심 판례가 확립된 사안에서는 하급심이 이를 벗어나는 판단을 내리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파기될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결론을 선택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다만 일관성을 중시한다는 것이 판례를 무조건 따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사회적 변화로 인해 기존 판례의 논리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재판부 스스로 다른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시대에 따라 양형 기준이나 법리 해석이 조금씩 바뀌어 온 것도 그런 흐름의 결과입니다.
결국 재판부가 일관성을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변화를 막는 절대적인 장벽은 아닙니다. 그 여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변호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중대 사건일수록 법리와 사실관계 중 어느 쪽이 재판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사실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법리는 대부분의 사건에서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중대 사건일수록 적용되는 법리 자체가 다투어지는 경우보다 그 법리를 어떤 사실관계에 적용하느냐가 결론을 가르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결국 재판은 사실의 싸움입니다. 어떤 증거를 어떻게 구성하고 사건의 맥락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같은 법리 아래서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중대 사건에서는 사실관계의 작은 차이가 형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부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게 됩니다.
물론 법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관계가 아무리 잘 정리되어 있어도 법리적 틀이 잘못 설정되면 방향 자체가 어긋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 체감하는 무게는 사실관계 쪽이 더 크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