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나 디지털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는 더 강한 처벌을 요구한다. 그러나 형벌의 목적이 단지 응보에만 있는지, 아니면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까지 함께 지향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형사정책의 현장에서는 엄정한 책임 추궁과 범죄 예방, 재사회화라는 서로 다른 가치가 충돌하기보다 끊임없이 조정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홍열 변호사는 형벌의 목적을 응보와 예방 가운데 하나로 단순하게 나눠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범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은 형사정책의 기본이지만, 처벌만으로 재범의 고리를 끊을 수는 없기 때문에 교정과 재사회화에 대한 실질적 투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형사정책은 어느 한쪽을 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범죄의 성격과 사회적 요구에 맞게 책임과 예방의 원리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라며 “엄정한 처벌과 사회 복귀 지원이 함께 작동할 때 제도도 더 현실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홍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강력범죄나 디지털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실제로 형벌 강화가 범죄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보십니까?
A. 일률적으로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형사정책 연구에서는 처벌의 강도보다 처벌의 확실성이 범죄 억제에 더 중요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 형량이 높다는 사실보다, 범죄를 저지르면 실제로 적발되고 책임을 지게 된다는 인식이 더 직접적인 억제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범죄 유형에 따라 차이도 있습니다. 충동적으로 발생하는 범죄는 형량 수준만으로 억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계획적이고 이익을 목적으로 한 범죄는 처벌 강화가 일정 부분 경고 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범죄는 익명성과 기술 환경의 변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단순히 형량만 높여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탐지 역량과 수사 기술의 고도화, 제도의 신속한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Q. 형벌이 책임을 묻는 동시에 재사회화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현재 제도는 이 균형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고 보십니까?
A. 아직 충분히 균형이 잡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제도는 책임을 묻고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막는 기능에 상대적으로 더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재사회화 역시 제도적으로는 중요한 목표로 제시되지만, 교정 현장과 출소 이후의 현실에서 그것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구현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 문제나 출소 이후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체계의 부족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부분입니다. 형기를 마친 뒤에도 다시 범죄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사회화는 선언적 목표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것이 처벌을 가볍게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책임을 엄정하게 묻는 것과 재사회화를 돕는 것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설계돼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법원이 형량을 정할 때는 응보적 정의와 범죄 예방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게 된다고 보십니까?
A. 양형은 어느 한 가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 판단입니다. 다만 법원이 직접 마주하는 것은 결국 개별 사건이기 때문에, 우선은 그 사람이 무엇을 했고 그 행위가 얼마나 중한지를 따지는 응보적 판단이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의 정도, 범행의 동기, 죄책의 크기 같은 요소들이 기본적인 틀을 형성합니다.
그 위에서 재범 가능성이나 사회적 경각심의 필요성 같은 예방적 고려가 추가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판단이 지나치게 앞서면 아직 벌어지지 않은 위험까지 미리 처벌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결국 법원은 응보와 예방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사건마다 두 가치의 비중을 다르게 조정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Q. 최근 형사정책 논의에서 회복적 사법이나 공동체 복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어떻게 보십니까?
A.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형사정책이 오랫동안 국가의 처벌권 행사와 범죄 억제에 무게를 두어 왔다면, 회복적 사법은 피해 회복과 공동체 관계의 복원이라는 또 다른 차원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범죄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해법은 아니지만, 적어도 형벌이 단지 응징에 그쳐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사회가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범죄로 인해 손상된 관계와 피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처벌 이후 당사자들이 다시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더 필요해질 것입니다.
이 역시 응보를 약화시키는 논의라기보다, 형사정책이 현실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방향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끝으로 앞으로 우리 형사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는지 말씀해 주신다면요?
A. 응보 중심을 유지할지, 예방과 재사회화 중심으로 전환할지를 이분법적으로 나눠 선택하는 방식으로는 본질을 놓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범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자 법질서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기반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동시에 처벌만으로 범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출소 이후 다시 범죄로 이어지는 순환을 끊으려면 교정과 재사회화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가 병행돼야 합니다. 강하게 처벌하고 끝내는 방식만으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형사정책의 핵심은 방향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의 설계에 있다고 봅니다. 책임은 엄정하게 묻되, 그 이후의 과정도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체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앞으로 형사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