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명의대여 사건, 양형 감경 요소는?

  • 등록 2025.12.05 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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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전세 사기 사건의 피의자로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동산 업자들의 거짓말에 속아 명의를 내준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부동산 업자들이 제게 “집을 1억에 사서 1억 2000 전세를 넣으면 안전하고, 전세 차익 중 세금 등을 빼면 70만원 정도 수익이 날 것”이라고 해서 그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전세 차익 중 더 큰 금액을 부동산 업자들이 숨겨 가져갔고, 서류상 제가 임대인이었다는 이유로 제가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전세금을 바로 돌려드릴 형편이 안 돼, 세입자분들께 소유권 이전이나 보증보험을 통해 피해를 변제하려 노력했고 실제로 절반 가까이 변제를 완료했습니다. 경매가 진행되면 세입자가 받는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제가 직접 나가서 소유권 이전 절차를 도와야 해서 보석을 신청했지만 ‘도주 우려’로 기각됐고, 재판부는 “어차피 보험 경매로 어느 정도 받을 텐데 굳이 합의하려 해도 큰 차이 없다”며 심리를 종결하려 합니다.

 

부동산 업자들의 말을 그대로 믿은 것뿐인데 구속되어 재판까지 받는 게 너무 억울합니다. 저와 같은 상황에 놓인 경우, 재판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요?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성헌의 박보영 변호사입니다. 귀하께서는 전세 사기 조직에 임대인 명의를 대여해 주고 이에 대한 수당을 받은 사실이 있는데, 서류상 임대인이 귀하로 나오기 때문에 현재 귀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전세 사기에는 여러 유형이 있으나,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깡통전세’ 수법입니다. 깡통전세란 주택의 매매 시세보다 전세보증금이 더 높아 이후 집을 매각하게 되어도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회수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하며 갭투자 또는 시세 하락이 발생하는 경우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곤 합니다.

 

사안의 경우, 귀하의 설명에 의하면 이 사건 전세 사기 조직은 귀하에게 주택을 1억원에 매수하여 전세로 1억2000만원에 임대하는 방식의 전형적인 깡통전세 수법을 활용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귀하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이들로부터 수당도 수령하였기 때문에 귀하는 이 사건 전세 사기 조직범죄에 가담한 고의성이 인정될 소지가 크다고 사료됩니다.

 

경우에 따라서 귀하의 고의가 확정적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불과하였다는 점을 양형 참작 사유로 주장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형법상 고의란 객관적·구성요건적 사실을 인식하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의사를 의미합니다. 형법은 원칙적으로 고의 행위만을 처벌하고 고의 없는 과실행위는 예외적으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합니다.

 

미필적 고의에 관하여 대법원은 ‘용인설’의 시각에서 행위자가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한 경우 미필적 고의로 보고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는 확정적 고의에 비하여 비난 가능성을 작게 평가받으므로, 귀하는 이 사건 전세 사기 범죄에 관하여 미필적 고의만이 있었을 뿐임을 관련 증거자료와 함께 주장하여 양형을 다퉈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한편 사기 범죄에서는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피해 회복 여부가 주요한 양형 사유로 다뤄지곤 합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발간한 양형기준에 따르면 피해자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은 특별양형인자 중 감경 요소로 명확히 기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안의 경우, 귀하는 이 사건 전세 사기의 피해자인 각 임차인들에게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보증보험을 통하여 피해를 회복하고자 노력한 사실이 있으며, 양형을 다투는 입장에서 재판 선고 전까지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최대한 진행시키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따라서 양형을 다투고자 한다면 이 사건 재판이 선고되기 전까지 아직 피해 회복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과 최대한 합의에 이를 필요가 있고,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형사 공탁 제도를 이용하여서라도 이 사건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한 귀하의 노력이 담당 재판부에 충분히 전달될 필요가 있습니다.

 

별론으로, 귀하가 형사재판을 통해 처벌을 받게 되는 것과는 별개로 명의 대여자는 계약상 임대인으로 전세보증금 반환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귀하는 이 사건 피해자들로부터 전세보증금 반환에 관한 민사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재판 단계에서 피해자들과 합의를 진행하며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묻지 않도록 정하는 편이 귀하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박보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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