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을 앞둔 수형자 A씨는 분류심사 과정에서 뜻밖의 일을 겪었다. 형기의 상당 부분을 채운 그는 담당 교도관으로부터 다음 달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곧 위력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만다.
A씨는 분류심사실에서 담당 교도관 이모씨와 단둘이 마주했다. 2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진행된 상담 도중 이씨는 가석방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대화는 점점 A씨의 사적인 영역으로 흘러갔다.
교도관은 “남편과 왜 별거 중이냐”, “이렇게 예쁜데 남편이 왜 바람을 피우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고 분류과에서 작성하는 서류가 중요하며 잘 협조하면 가석방이 빨라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덧붙였다. 이어 이씨는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한 뒤 A씨에게 다가가 신체를 접촉했다. A씨가 저항했으나 완력으로 제압하고 추행을 이어갔다. A씨가 소리를 지르겠다고 하고 나서야 이씨는 행위를 멈췄다. 이씨는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아야 가석방이 가능하다며 입단속을 요구했다.
A씨는 곧 여성 교도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상부 보고가 이뤄졌고 이씨는 피해자 앞에서 사과했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는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다. 정신과 진료에서 급성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다. 가족 면회 자리에서도 이상 행동이 나타났다는 진술이 수사기록에 남았다. 결국 A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조사 결과 이씨의 범행은 반복적이었다. 2005년 12월 한 달 사이 확인된 피해자만 여러 명이었다. 그는 분류심사 권한을 이용해 수형자들을 불러낸 뒤 추행했고 말을 듣지 않으면 독방에 넣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피해자 상당수는 처벌을 요구하는 것에 주저했다. 남은 수형 생활 동안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일부는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처벌 의사를 철회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서로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사전에 말을 맞췄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6형사부(부장판사 황현주)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과 독직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징역 5년과 자격정지 3년이 선고됐고, 이씨는 이미 징계 해임된 상태였다.
재판부는 “분류심사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교도소 내 처우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이용해 여성 수용자를 강제 추행하거나 성적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하며 “피고인은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채 오히려 피해자들이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공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한 중대한 인권침해라는 판단이었다.
교정시설은 자유가 제한된 공간이다. 그 안에서 가석방은 수형자에게 남은 유일한 출구로 인식된다. 이 사건은 그 희망이 위력의 도구로 악용될 경우 어떤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교정 현장의 통제 장치와 인권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