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전달책 항소심서 실형…1심 집행유예 파기

  • 등록 2025.12.21 13: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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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금 1억 1000만여 원을 가상자산으로 환전해 상선에게 전달하도록 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역할과 전과, 범행의 조직성과 대담성을 종합할 때 1심의 집행유예형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판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3부(고법판사 김종기)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상당한 금원을 지급해 합의에 이른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조직적·지능적 범죄로 피해 회복이 어렵고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현금 수거책이나 1차 전달책으로부터 전달받은 현금을 가상자산인 테더(USDT)로 환전한 뒤 상선에게 송금되도록 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을 했다”며 “범행의 핵심적인 연결 고리로서, 피고인이 얻은 실질적 이익이 전체 피해액에 비해 크지 않더라도 지위와 가담 정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동종 전과도 불리한 사정으로 판단했다. A씨는 2017년 접근매체를 양도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고, 2019년에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접근매체 수거책과 현금 인출책으로 가담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다시 범행에 가담한 점에 비춰, 범행 수법과 가담 정도가 점차 조직적이고 대담해지고 있으며 재범의 위험성 또한 높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전력과 이 사건 범행을 종합하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의 형은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기 안양과 양주 일대에서 피해자 5명으로부터 편취한 1억1000만여 원을 상선에게 넘기는 데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조직원들에게 피해금을 현금으로 수거한 뒤 가상자산 테더로 환전해 송금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보이스피싱 조직은 검사나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뒤, 대포폰 범죄 연루를 빌미로 현금을 전달하게 하거나 저금리 대환대출을 미끼로 기존 대출금 상환을 유도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 전원과 합의가 이뤄져 처벌불원서가 제출된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피고인은 과거에도 접근매체 양도 사건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인출책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며 “그럼에도 범행을 반복했고, 가담 형태 역시 점차 조직적이고 대담해졌다는 점에서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재판부가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범죄의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다는 점도 실형 선고의 핵심 근거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임예준 기자 cotnq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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