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저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강간 혐의 사건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히며 법정구속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2019년 협박에 의한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DM이나 전화 기록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피해자의 진술도 최초 경찰 조사부터 항소심 법정 진술에 이르기까지 일관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피해자는 강간을 주장하는 시점 이전인 2018~2019년 사이에 3~4회 성관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고, 이후인 2020~2022년까지도 약 3회 정도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 역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저에게 셀카 사진을 보내거나 연애 상담을 하는 등 일반적인 교류를 지속해 왔습니다.
저는 이러한 자료들을 모두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제출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다수 존재합니다.
경찰 조사 당시 피해자는 “강간 이후 성관계는 저에 대한 호감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고 원하지 않았던 관계였다”고 진술하면서도 동시에 “강간 이후의 성관계에 대해서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정에서는 강간 이후 세 차례의 성관계와 관련한 변호인의 질문에 대해 “저에 대한 감정이 전혀 없지는 않았고 아주 조금은 있었다”고 진술하며 기존 진술과 모순되는 답변을 하였습니다.
저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구속되었고 그로 인한 피해도 매우 큽니다. 현재 운영 중이던 두 개의 사업체에서 이미 네 명의 직원이 퇴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고심은 제게 남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입니다. 현재 상고를 제기한 상태이며 곧 대법원 재판부가 지정되고 상고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상고에서 대응해야 할지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A.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히며 법정구속 되었다면 상심이 매우 크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상고심은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이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새롭게 다투기는 어렵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문제
질문하신 사건의 핵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입니다. 강간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직접증거인 경우, 그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신빙성이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가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뿐인 경우, 그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인지,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도345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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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진술의 비일관성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는 “호감이 없는 상태에서 원하지 않았던 관계였다”고 진술했다가 항소심 법정에서는 “감정이 전혀 없지는 않았고 아주 조금은 있었다”고 진술을 변경했습니다.
이러한 진술 변경은 단순한 주변적 사항이 아니라 강간 이후 관계의 성격과 피해자의 심리 상태에 관한 핵심적 사항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일부 사소한 부분이 일관되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지만(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질문자의 사건에서 나타난 진술 변경은 사소한 부분이라기보다 중요한 핵심 부분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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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정황과의 불일치
피해자는 협박에 의한 강간을 주장하고 있으나 협박을 뒷받침할 DM이나 전화 기록 등 객관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존재해야 하며, 그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사건 경위와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평가됩니다.
또한 질문자와 피해자는 강간 주장 이전에도 성관계를 가졌고, 이후에도 수년간 추가적인 성관계를 유지하며 일상적인 교류를 지속해 왔다고 합니다. 이러한 정황은 사건의 전체 맥락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범행 이후 피해자의 행동이 일반적인 피해자의 행동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도 판시하고 있어(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도4047 판결), 이 부분은 단순한 행동 패턴만으로 판단되기보다는 전체 증거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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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의사의 모순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강간 이후의 성관계가 원하지 않았던 관계라고 진술하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습니다. 이러한 진술 태도 역시 사건의 평가 과정에서 하나의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1심에서 피해자를 직접 신문하고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아 무죄를 선고했는데 항소심이 이를 뒤집었다면, 항소심은 1심 판단을 변경할 만큼 충분하고 납득할 수 있는 사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이는 이른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상고심에서는 형사소송법 제383조에 규정된 사유에 한해 다툴 수 있습니다. 질문자의 사건에서는 특히 법리 오해 또는 중대한 사실오인에 해당하는 법령 위반을 주장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소심이 1심의 판단을 뒤집으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충분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면 이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위반 문제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또 피해자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 정황과 부합하지 않는 점이 있음에도 이를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는 주장도 검토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협박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협박에 의한 강간을 인정했다면 강간죄의 폭행·협박 요건에 관한 법리를 잘못 적용한 것인지 여부도 상고이유로 주장될 수 있습니다.
상고이유서를 제출할 때는 단순히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어떤 법리가 어떻게 위반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상고심은 사실관계를 다시 판단하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항소심 판결의 법리 적용 과정에 어떤 위법이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논리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