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의 다툼 끝에 집에 불을 지른 행위가 이웃 피해로 이어질 경우, 단순한 가정 내 문제가 아닌 중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범죄로 평가된다. 불이 다른 세대로 번지거나 연기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 범위가 크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람이 거주하는 주택이나 아파트에서 불을 내는 행위는 그 자체로도 중대한 위험을 수반한다. 특히 공동주택의 경우 연기만으로도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이웃에게 상해가 발생하면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진다.
더시사법률이 리걸테크 서비스 엘박스를 통해 주거지 방화 사건 10건을 분석한 결과, 범행은 대부분 가족 또는 가까운 지인과의 갈등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의 다툼, 배우자와의 갈등, 형제 간 분쟁 등이 주요 계기로 확인됐으며, 범행 장소는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같은 경향은 실제 판결에서도 반복된다.
2023년 수원지방법원은 가족과 다툰 뒤 아파트 내부에 불을 질러 이웃 주민들이 연기를 흡입해 치료를 받은 사건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공동주택 방화는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반면 피해가 확대되거나 범행이 반복된 경우에는 실형이 선고된다. 다세대주택과 빌라 등 여러 장소에서 방화를 이어가 이웃 주민들이 화상과 연기 피해를 입은 사건에서는 징역 4년의 실형이 내려졌다.
법원은 짧은 시간 동안 반복된 범행으로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처벌 수위는 더욱 높아진다. 주거지 방화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서는 징역 9년 이상이 선고된 사례가 있으며, 항소심에서도 10년 이상의 중형이 유지된 경우가 있다. 법원은 방화 행위 자체로 인명 피해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본다.
범행 방식 또한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한다. 기름이나 인화성 물질을 준비해 불을 지른 경우에는 계획성이 인정돼 형이 가중된다. 반대로 우발적으로 발생했고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진 경우에는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한다.
실제 판결에서도 이러한 기준이 적용된다. 배우자와의 다툼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불을 지른 사건에서는 징역형이 선고됐으나, 피해 정도가 비교적 크지 않고 합의가 이뤄진 점이 반영돼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반면 여러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방화를 저지르거나 사전에 준비된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진 경우에는 유사한 조건에서도 실형이 유지됐다.
법원이 주거지 방화를 엄하게 처벌하는 이유로는 ‘확산 위험’이 꼽힌다. 불은 한 번 번지면 통제가 어렵고, 연기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중대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길이 직접 닿지 않았더라도 연기를 흡입하거나 대피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경우까지 책임이 인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결국 가족 간 갈등에서 비롯된 사건이라 하더라도, 주거지 방화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주변 이웃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로 평가된다.
법률사무소 JM 정재민 변호사는 “순간적인 감정으로 저지른 행동이 예상보다 훨씬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동주택에서의 방화는 특히 엄격한 책임이 따른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