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모텔 흉기 살해 사건을 계기로, 재범 위험군에 대한 보호관찰 제도가 사실상 ‘관리 공백’ 상태에 놓여 있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대상자조차 실거주지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제도적 허점이 드러나면서 감시 중심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창원 시내 한 모텔에서 10대 남녀 3명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20대 남성 A씨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로 복역한 뒤 보호관찰을 받고 있던 인물이었다.
A씨는 2019년 성폭력 혐의로 기소돼 2021년 7월 징역 5년형이 확정됐고, 출소 후 5년간 보호관찰과 함께 신상정보 공개·고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실시된 성범죄자 재범 위험성 평가도구(KSORAS) 검사 결과, A씨는 ‘재범 위험성 높음’으로 분류됐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A씨에 대한 보호관찰은 전자감독 없이 진행됐다.
출소 이후 보호관찰 과정에서도 실제 거주지 관리와 위험 징후 포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성범죄자알림e'에 등록된 주소지인 고시원에 실제로 거주하지 않았고, 보호관찰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생활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보호관찰법은 주거 이전 시 사전 신고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점검은 3개월에 한 차례 방문 확인에 그친다. 방문 당일 잠시 머무르는 방식으로도 확인이 가능해 실제 생활 여부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지적된다.
이처럼 보호관찰 중 관리 부실이 중대 범죄로 이어진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2019년에는 보호관찰 대상자가 면담 과정에서 망상과 피해의식을 드러냈음에도 별도 조치 없이 방치된 뒤 사제 총기를 사용해 경찰관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2021년에도 보호관찰 대상자가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 끝에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을 유기한 사례가 확인됐다.
문제의 배경에는 보호관찰 인력 구조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보호관찰관 1인당 평균 담당 사건 수는 98.3건으로 OECD 평균의 세 배 수준이다.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는 3만3000여 명에 달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보호관찰관은 400명에 못 미친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개별 대상자의 생활 변화와 위험 징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호관찰 업무 역시 출석 확인, 위치 점검, 전자감독 보조 등 행정적 통제에 집중돼 있어 범죄 재발 가능성과 직결되는 심리적 요인에 대한 개입은 제한적이다.
재범 위험 평가 체계의 한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KSORAS는 과거 범죄 이력과 연령, 범행 유형 등 정적 요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통계 기반 도구로 실제 재범 위험을 변화시키는 충동성, 중독, 정신건강 상태 등 동적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해당 도구는 재범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분류하는 데 그칠 뿐 개인의 범죄 행동을 직접 예측하는 수단은 아니라는 점에서 전자장치 부착 여부와 같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활용할 경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해외와 비교하면 제도적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미국 등 일부 국가는 보호관찰을 감시 체계가 아닌 치료 기반 관리 체계로 운영한다.
약물 중독 치료, 분노 조절 프로그램, 인지행동치료 참여를 의무화하고 정신건강 전문가와 보호관찰관이 협력해 대상자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성범죄자의 경우 장기간 치료 프로그램과 정기 평가가 병행된다.
반면 국내 보호관찰은 여전히 통제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어 재범 위험 요인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기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중독연구교육원 이재호 원장은 “창원 사건은 돌발 범죄라기보다 재범 위험이 이미 평가됐음에도 치료와 관리로 이어지지 않은 ‘예고된 사고’에 가깝다”며 “보호관찰관 인력 확충과 함께 임상 개입 인력을 제도적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보호관찰 제도는 감시와 통제에 치우쳐 있어 충동성, 중독, 심리 문제를 다루는 치료적 개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위험 평가 이후 이를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는 구조로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유사한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