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점포에서 상품을 결제하지 않고 나온 경우라도 단순한 미결제만으로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핵심은 고의로 가져가려 했는지 여부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최근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일부 상품을 결제하지 않은 채 나온 A씨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수사 기록만으로는 절도의 고의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1500원짜리 과자를 결제하지 않고 나와 절도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으나, A씨는 이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이를 받아들였다.
절도죄는 형법 제329조에 따라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쳤을 때 성립한다. 단순히 물건을 가져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자기 것처럼 가져가려는 의도가 인정돼야 한다.
무인 점포와 셀프계산대 이용이 늘면서 일부 상품을 결제하지 않고 반출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경우 절도 혐의가 적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법원은 일관되게 ‘실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 고의 여부는 피고인의 속마음에 관한 문제인 만큼 주변 상황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검찰은 이를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해야 하며, 입증이 부족하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실제로 무죄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 빵집에서 젤리를 계산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착각해 가방에 넣은 사건에서 법원은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마트에서 일부 물품을 계산대에 올리지 못한 채 나온 사건에서도 전체 결제 과정과 행동을 종합해 실수 가능성을 인정했다.
반면 물건을 일부러 숨기거나 계산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한 정황이 드러난 경우에는 절도죄가 인정된다. 가방이나 주머니에 물건을 넣은 뒤 다른 물건만 계산하는 방식이나, 고가 물품을 빠뜨려 결제 금액과 큰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고가 물품을 결제하지 않은 사건에서는 결제 금액과 실제 물건 가격 간 차이가 크다는 점 등이 근거가 돼 유죄가 선고됐다. 같은 방식의 행동이 반복된 경우에도 ‘실수’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절도죄는 반드시 매장 밖으로 나가야만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법원은 물건을 가방 등에 넣어 사실상 자신의 관리 아래 둔 시점부터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무인 점포에서의 미결제 반출 사건은 일률적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물건의 가격과 위치, 결제 과정, 적발 이후 행동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고의 여부를 따지게 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무인 점포가 늘면서 유사 사건도 증가하고 있지만 형사처벌 여부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고의 입증에 달려 있다”며 “이용자 역시 결제 과정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