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라더니 다시 임대…법원, 집주인에 이사비 배상 판결

  • 등록 2026.01.06 10: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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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거주 의사 없으면 불법행위” 판단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해놓고 실제로는 거주하지 않은 임대인에게 이사비와 중개수수료 등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기에 임대료 인상 폭을 피하려 허위로 '실거주'를 내세우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사법부의 감시망도 한층 엄격해지는 추세이다.

 

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임대인 A씨는 임차인 B씨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자 “직접 거주할 예정”이라며 갱신을 거절했고 B씨는 결국 이사를 해야 했다.

 

법원은 "임대인이 거주 의사 없이 허위로 갱신 거절 사유를 통지한 것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분쟁은 계약갱신요구권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갱신 시 임대료 인상 폭이 5%로 제한되자 일부 임대인들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연장을 거절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유사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 중인 한 제보자는 전세 5억원에 거주하던 중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으나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퇴거를 요구해 이사했다.

 

그러나 퇴거 한 달 뒤 해당 주택은 기존보다 높은 가격으로 다시 시장에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자는 “당시에는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임대인은 원칙적으로 이를 거절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임대인이나 직계존비속의 실제 거주 등 법정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거절을 허용하고 있다.

 

만약 임대인이 실거주 의사 없이 이를 내세워 갱신을 거절한 뒤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한 경우 법정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 손해액은 환산월차임 3개월분, 임대료 차액의 2년분, 실제 손해액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나아가 제3자 재임대가 없더라도 실거주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면 계약갱신요구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판단돼 이사비나 중개수수료 등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주요 쟁점은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 존재 여부다. 법원은 임대인의 주거 상황, 생활 기반, 갱신 거절 전후의 행위, 이사 준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고 보고 있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전입신고가 없고 단기간 내 임대 매물이 나온 점 등을 근거로 실거주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하고 임차인의 이사비와 중개수수료를 손해로 인정했다.

 

또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한 것이 아니라 주택을 매도한 경우라도 갱신거절이 허위 실거주를 근거로 이뤄졌다면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판결도 있다.

 

2022년 대전지방법원은 제3자 임대가 아닌 매도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법정 손해배상 규정의 직접 적용 대상은 아니라고 보면서도 갱신거절이 부당한 경우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임차인이 명시적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이 먼저 실거주를 이유로 퇴거를 요구해 사실상 갱신 요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할 수 있다는 판례도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분쟁은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보다는 임차인이 입증자료를 확보해 민사소송으로 다투는 구조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JM파트너스 정재민 변호사는 “제3자 임대 여부와 관계없이 실거주 의사 없는 갱신거절은 불법행위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임차인은 퇴거 전후의 정황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보라 기자 violet0218@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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