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표를 납치하고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이 첫 공판에서 살인의 고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미필적 고의’ 인정 여부가 떠오르고 있다.
피고인 측은 금품 강취 목적은 인정하면서도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범행 도구의 위험성과 공격 부위 등 객관적 정황에 따른 법리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A씨가 금품을 뺏을 목적으로 피해자의 동선을 사전 파악한 뒤 둔기로 머리를 가격해 납치하고 금품을 강취하려 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이에 대해 A씨 측 변호인은 강도미수와 주거침입 혐의는 인정했으나, 강도살인미수 및 강도예비 혐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변호인은 “피해자를 살해할 확정적 의사가 없었으며, 범행 준비 과정 또한 법리적 의미의 강도예비 죄책을 묻기에는 제한적이었다”고 항변했다.
함께 기소된 공범 B씨 역시 책임 범위를 두고 검찰과 대립하고 있다. B씨 측은 미행 등 준비 단계에는 일부 관여해 강도예비 혐의는 인정하지만 실제 납치와 상해 과정에는 가담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향후 재판은 실행 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공범에게 상해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법원은 피고인이 주관적인 살해 의사를 부인할 경우 진술보다는 객관적인 범행 정황을 토대로 고의성을 판단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용된 도구의 파괴력, 공격 부위의 치명성, 반복 가해 여부 등을 종합하여 사망의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죄를 인정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머리 등 급소 부위를 둔기로 타격한 행위는 그 자체로 사망 위험성을 인식한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법적 쟁점은 공범 B씨의 공모 공동정범 성립 여부다. 법원은 단순한 준비 행위를 넘어 전체 범행 계획을 공유하고 실행 행위를 본인의 의사로 수용했는지에 따라 책임 범위를 결정한다.
만약 B씨가 강도 범행 전체를 인지하고 역할 분담을 했다면 직접 가해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전체 결과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질 위험이 크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이번 재판에서는 강도 범행 과정에서의 폭력 정도가 살인의 고의로 인정되는 범위와 공범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