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1명이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운영하도록 한 ‘1인 1기관’ 원칙과 관련해 의료법인에는 해당 규정이 곧바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출판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의료법인 관여만으로는 ‘1인 1기관’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서 A씨는 의료법인 대표로 치과를 운영하면서 별도의 사단법인 명의를 통해 치과와 의원 등 의료기관 4곳을 추가로 개설·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를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으로 보고 기소했다.
쟁점은 의료법인의 형태를 이용한 경우에도 의료인 개인의 ‘중복 운영’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의료법은 의사·치과의사 등 의료인에게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의료법인은 별도의 개설 주체로 규정돼 있어 조문상 ‘1인 1기관’ 제한이 직접 적용되는 대상은 아니다.
대법원도 이러한 법 체계를 전제로 판단했다. 단순히 의료인이 의료법인의 대표나 임원으로 참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곧바로 중복 운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위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재산 출연이 없는 형식적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 수단으로 악용했거나 법인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등 추가 사정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즉 형식상 의료법인을 앞세웠더라도 실제로 특정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의 운영을 지배·관리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라는 취지다. 이 판단은 기존 법리를 유지하면서 적용 범위를 구체화한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자금 출연이나 운영에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실질적 개설·운영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2017도1807).
또 대법원은 의료기관의 존폐, 자금 조달, 인력·시설 관리, 수익 배분 등 경영 전반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우를 ‘중복 운영’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대법원 선고 2018도3672).
이번 판결은 이러한 기준을 전제로 의료법인 구조에서는 ‘단순 관여’와 ‘실질 지배’를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