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 이후 동승자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하는 이른바 ‘운전자 바꿔치기’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를 수사기관의 적정한 사법권 행사를 저해하는 범죄로 보고 있다.
11일 <더시사법률>이 리걸테크 엘박스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운전자 바꿔치기의 주요 동기는 ‘처벌 회피’로 나타났다.
전체 10건 중 8건은 음주운전 전력을 숨기거나 가중처벌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나머지 2건은 각각 직장 유지 부담과 생계 문제 때문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이를 단순한 거짓말을 넘어 수사기관의 판단을 왜곡하는 행위로 보고 음주운전 처벌과 별도로 추가 범죄를 인정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A씨는 지난해 9월 부산에서 무면허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맞은편 화물차의 사이드미러를 들이받은 뒤 현장을 이탈했다.
이후 조수석에 있던 B씨와 자리를 바꾼 뒤 경찰에 “B씨가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과거 음주운전 전력도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방법원은 음주운전 사고 후 동승자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범인도피 혐의로 함께 기소된 동승자 B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 같은 ‘운전자 바꿔치기’는 단순히 음주운전 처벌에 그치지 않는다. 형법 제151조는 범인을 도피시키거나 도피를 도운 경우 범인도피죄를 규정하고 있다.
실제 운전자가 동승자에게 허위 진술을 부탁한 경우 범인도피교사, 동승자가 이를 실행한 경우 범인도피가 각각 성립할 수 있다.
법원은 특히 타인에게 허위 자백을 하게 하는 행위를 방어권의 범위를 넘어선 범죄로 보고 있다. 이는 수사기관의 적정한 사법권 행사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엄격하게 판단되는 경향이 있다.
나아가 단순 허위 진술을 넘어 증거를 조작하는 수준에 이르는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까지 적용될 수 있다. 예컨대 혈액을 바꿔 제출하는 행위 등은 수사 자체를 기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판례에서도 법원은 ‘운전자 바꿔치기’를 일관되게 불리한 양형 요소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음주운전 사고 이후 동승자를 운전자로 꾸며 허위 진술을 하게 한 사건에서는 범인도피교사가 인정됐고,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은 상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한 뒤 바꿔치기를 시도한 사건에서는 실형이 선고됐다.
또 도주치상 사건에서 부하 직원에게 대신 운전했다고 진술하게 한 사례 역시 중형 선고 사유로 반영됐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판례 흐름과 관련해 “음주운전 자체보다 사고 이후의 대응이 형량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상태에서 재범하거나 사고 후 도주, 허위 진술까지 이어지는 경우에는 죄질이 중하다고 판단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김형민 변호사는 “운전자 바꿔치기는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판단 자체를 흐리게 하는 행위로 무고한 사람에게 책임이 전가될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주운전 전력을 숨기기 위해 타인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사회 전체의 법질서를 훼손하는 문제”라며 “재범 억제와 함께 허위 진술 가담자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