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제압했는데 역고소…‘정당방위’ 어디까지 인정될까?

  • 등록 2026.01.11 19: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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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 성립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
침해가 끝난 뒤 대응은 정당방위 어려워

 

지난 2일 그룹 나나(본명 임진아)의 자택에 침입해 강도 행각을 벌인 남성이 오히려 나나를 상대로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역고소하면서 형사재판에서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6시께 경기 구리시 아천동에 있는 나나의 자택에서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30대 남성 A씨는 흉기를 들고 사다리를 이용해 베란다로 올라간 뒤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주거지에 침입했다.

 

A씨는 집 안에서 나나의 어머니 목을 조르는 등 폭행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머니의 비명을 들은 나나는 잠에서 깨어나 A씨를 제압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나나의 어머니는 한때 의식을 잃을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A씨 역시 제압 과정에서 턱 부위에 열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수사 결과 A씨의 행위가 형법상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이를 막기 위해 나나와 어머니가 행사한 물리력 역시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형법 제21조 제1항이 규정한 정당방위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나나 모녀를 입건하지 않았다. 그러나 A씨는 구속 수감 중 나나를 상대로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역고소했다.

 

교정시설 내에서는 A씨와 같은 방을 사용했던 수용자들의 제보도 나왔다. 이들은 <더시사법률>에 “A씨가 처음 구치소에 들어왔을 당시 얼굴이 크게 다친 상태였고 귀 고막이 터져 외부 진료를 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정당국에 사실확인 결과 “A씨가 병원 치료를 받은 사실은 확인되지만 구체적인 부상 경위나 상태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오히려 피해자를 형사 책임 대상으로 문제 삼으면서 정당방위의 인정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당방위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하지 않는 제도다.

 

법원은 △상대방 행위가 위법한 침해인지 △침해가 현재 진행 중인지 △방어의 필요성이 있었는지 △방어 수단이 침해 정도를 현저히 초과하지 않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침해가 종료된 뒤의 보복이나 과도한 대응은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흉기를 들고 주거지에 침입한 강도를 제압하는 행위는 일정 수준의 물리력이 수반되더라도 정당방위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정당방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도 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12단독은 지난달 23일 입주민 정모씨(60대)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정씨는 관리사무소 직원이 흥분한 자신을 말리기 위해 팔을 잡자 직원의 팔과 목을 기둥에 밀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상대방의 물리력에 대응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을 제지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방어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상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씨에게 과거 폭행 전력이 있었던 점도 양형에 고려됐다.

 

결국 정당방위 인정 여부는 단순히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로 결정되지 않는다. 방어의 필요성과 상황의 긴급성, 대응 수단의 비례성이 핵심 판단 기준이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판단 기준은 여론의 분노나 도덕적 감정이 아니라 구성요건과 위법성 여부, 그에 대한 입증”이라며 “나나 사건처럼 명백한 침해 상황에서의 제압은 법이 보호하지만 사소한 제지에 대한 과격한 대응은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당방위의 기준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었는지와 그에 대한 대응이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었는지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최희원 기자 chw1641@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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