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아니어도 처벌 대상…대법원이 정의한 '그 밖의 물품'의 무서운 범위

  • 등록 2026.01.12 19: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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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최근 대법원이 실제 마약이 들어있지 않은 물품을 수거한 행위도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경우 실제 마약이 없었는데도 처벌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김변: 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물건의 실제 성질’이 아니라 ‘행위자가 이를 무엇으로 인식했는지’입니다. 대법원은 물품 자체가 마약이 아니더라도, 마약이라고 인식하고 취급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PD: 구체적인 사건 내용은 어떻습니까?

김변: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판매상 지시에 따라 국제우편물 상자를 수거했습니다. 해당 상자에는 실제로는 장난감이 들어 있었지만, 피고인은 그 안에 마약이 들어 있다고 인식한 상태였습니다. 검찰은 이를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대법원은 이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PD: 실제 마약이 없었는데도 유죄가 인정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변: 해당 법률은 ‘약물이나 그 밖의 물품을 마약류로 인식하고 소지·양수한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물품이 실제 마약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를 마약으로 인식하고 취급한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상자를 ‘마약이 들어 있는 물건’으로 인식하고 수거했기 때문에, 마약 유통 과정의 일부를 수행한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PD: 그 밖의 물품이라는 표현이 다소 넓게 느껴지는데요.
김변: 네, 맞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구체적으로 해석했습니다. ‘약물’은 알약이나 가루 등 전형적인 형태를 의미하고, ‘그 밖의 물품’은 상자나 가방처럼 외형상 마약이 아니더라도 내부에 마약이 들어 있다고 인식되는 대상까지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즉, 물건의 외형이 아니라 그 내부에 대한 인식이 판단 기준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PD: 대법원이 이런 해석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변: 마약 범죄는 대부분 은닉된 상태로 유통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포장이나 운반 과정에서 외형만으로는 마약 여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마약이 들어 있다고 믿고 운반한 행위’와 ‘실제 마약을 운반한 행위’는 범죄 구조와 위험성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PD: 이번 판례의 의미를 정리해 주신다면요.
김변: 이 판결은 마약 범죄에서 ‘실제 물건의 내용’보다 ‘행위자의 인식’이 독립적인 처벌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실제로 마약이 아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인식 하에 행위가 이루어졌는지가 유무죄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됩니다.

PD: 결국 마약 유통 구조에 일부라도 관여하는 행위는 그 인식에 따라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상균 변호사 admin@tylawy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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