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 반구대병원 폐쇄병동에서 발생한 지적장애인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병원 운영진과 의료진의 형사 책임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자 간 폭행이 반복된 정황과 함께 현장 대응 지연 사실이 드러나면서 단순 사건을 넘어 관리 책임 문제로까지 논의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된 사건 당일의 구체적인 방치 정황은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 의료기관으로서의 보호 의무 위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사건은 2022년 1월 18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병동 조명이 소등된 직후 피해자 A씨가 병실 밖으로 나와 탈출을 시도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를 제지해야 할 의료진은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고, 대신 다른 환자 2명이 A씨를 뒤쫓아 제압한 뒤 병실로 끌고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병원의 실시간 모니터링과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료 환자들의 신고가 있었음에도 당직 간호사는 약 27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이 피해자는 폭행을 당했고, 의료진 도착 이후에도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뤄졌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가 적용될지 관심이 모아졌다. 사고 당시 신고를 받고도 상당 시간 현장 대응이 지연됐고, 즉각적인 구조 조치가 없었다는 점에서 업무상과실치사 성립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법원은 정신의료기관의 경우 환자의 자·타해 위험을 방지할 보호 의무가 일반 의료기관보다 높다고 판단해 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환자 간 폭행이 반복된 정황이 있었다면 병원 측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인력 배치나 관리 체계를 갖추지 않았다면 과실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설 관리 책임도 주요 판단 요소로 꼽힌다. 기존 판례에서 환자의 돌발 행동이나 위험 상황에 대비한 관리가 미흡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병원 운영자와 관리 책임자의 형사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이번 사건 역시 폐쇄병동 내 모니터링 체계와 비상 대응 시스템, 당직 인력 운영의 적정성이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병동을 운영했거나 안전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경우 병원장 등 경영진의 책임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순한 현장 대응을 넘어 구조적 관리 부실 여부가 함께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병원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관련 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나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 부과 등 제재가 가능하다.
보건당국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당 병원에 대한 행정 처분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과 인력 기준 위반이 확인될 경우 시정명령, 업무정지, 허가 취소 등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또 유사 사고가 반복된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폐쇄병동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환자 보호를 전제로 하는 의료기관에서 관리 공백이 반복될 경우 유사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의료진 개인의 과실 여부뿐 아니라 운영 시스템 전반에 대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