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에서 1심과 2심이 엇갈렸던 손해배상 법리에 대해 대법원이 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고(故) 이우영 작가 유족과 출판사 간 저작권 분쟁 사건에서 출판사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고 원심인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동일한 행위를 두고 계약위반 손해와 저작권 침해 손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법리를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1심은 계약위반 손해와 저작권 침해 손해를 별개의 법적 이익으로 봤다. 사업권자 지위에서의 손해와 저작권자로서의 손해는 성격이 다르므로 동일한 행위라도 중복 배상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계약위반 손해와 저작권 침해 손해를 각각 일부 인정했다.
반면 2심은 동일한 사실관계에서 발생한 손해는 결국 하나의 경제적 손해라고 봤다. 법원은 “두 손해를 ‘청구권 경합’ 관계로 정리하고 더 큰 금액만 선택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저작권 침해 손해가 별도로 산정되더라도 이를 중복해 인정하지 않고 계약위반 손해 등 더 큰 금액만 인용하는 방식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별도의 법리 판단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함으로써 2심의 판단 구조를 그대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계약위반 손해와 저작권 침해 손해는 중복 배상이 아닌 ‘경합 관계’로 보아야 한다는 2심 법리가 사실상 확정됐다.
이번 사건은 계약 자체의 무효 여부보다는 계약 이행 과정에서의 신뢰관계 파괴로 인한 해지와 해지 이후 사업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1심과 2심 모두 계약 자체는 유효하다고 보면서도 정산 문제와 수익배분 갈등 등으로 계약이 해지됐고 이후 이용행위는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손해배상 구조에서 결론이 엇갈렸고 대법원이 2심을 유지하면서 향후 유사 분쟁에서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계약위반 책임과 저작권 침해 책임이 동시에 문제 되는 사건에서 손해배상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정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콘텐츠 산업 사업권 계약과 저작권이 충돌하는 분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유사 사건의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