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형 노리고 ‘가짜 합의서’ 제출…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성립할까

  • 등록 2026.01.14 15:24:43
크게보기

대법 “단순 허위 제출만으로는 부족”
판단 왜곡할 정도 속였는지가 핵심 쟁점

 

형사재판에서 허위 합의서를 제출할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심 감형을 노리고 위조된 합의서를 제출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일당을 기소했다.

 

대구지검 영덕지청은 사기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60대 A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범행에 가담한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이후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기 위해 피해자에게 변제가 이뤄진 것처럼 꾸민 허위 합의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변호인은 이를 근거로 감형을 주장했고, 재판부는 피해 회복이 이뤄진 점 등을 참작해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단순히 서류가 위조됐는지 여부를 넘어 해당 자료로 인해 법원이 실제로 잘못된 판단에 이르렀는지 즉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단순히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통상적인 확인 절차를 통해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이는 기관의 판단 문제에 불과하다는 취지다(대법원 선고 2003도1609).

 

반면 허위 자료를 적극적으로 조작해 제출하고 그 내용이 외관상 진실로 보일 정도로 정교해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이를 쉽게 발견하기 어려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경우 실제로 잘못된 판단에 이르렀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하급심 판례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허위 양형자료가 감형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경우 유죄가 인정된 사례가 있는 반면 통상적인 확인만으로 허위 여부를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 역시 허위 서류의 조작 정도와 재판부 판단에 미친 영향이 핵심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해당 자료가 사문서에 해당할 경우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가 함께 문제될 수 있으며, 작성 과정에 가담한 공범의 범위 역시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변호인이 허위 사실을 인식한 상태에서 자료 제출에 관여했는지 여부에 따라 직무윤리 위반 또는 형사책임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합의서나 변제 자료는 양형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이를 허위로 꾸며 제출하는 행위는 사법 판단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어 엄중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실제 피해 회복이 이뤄졌다고 오인해 형을 감경하는 결과로 이어질 경우 형사사법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 자료 검증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승연 기자 news@tsisalaw.com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