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가 조직화·국제화되면서 관련 형사 재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한 범죄 조직 실태가 알려진 이후 보이스피싱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과 재판의 쟁점도 이전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금융 범죄 사건을 주로 맡고 있는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는 “최근 보이스피싱 사건은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넘어 해외 거점을 기반으로 한 조직 범죄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범행 구조를 어느 정도 인식했는지와 실제 가담 정도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곽 변호사는 특히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피해 회복 여부가 양형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지만 합의나 공탁만으로 형량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담 경위와 역할, 피해 규모, 범행 기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재판 흐름”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곽준호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가 계속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캄보디아 사건 이후 관련 재판이 크게 늘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현재 보이스피싱 사건 재판은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까?
A. 최근 몇 년 사이 보이스피싱 사건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법원에서도 관련 사건을 자주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 유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조직 구조나 범행 방식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사건 이후로는 해외 거점을 둔 조직적 범죄에 대한 재판부의 시각이 이전보다 훨씬 엄격해진 것을 체감합니다. 단순 가담자인지 적극적 가담자인지를 가리는 것뿐 아니라 범행 구조 전체에 대한 인식 여부를 더 꼼꼼하게 따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살펴봐야 할 쟁점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역할과 가담 경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작업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고 디지털 증거와 통화 기록 등 객관적 자료의 비중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사건을 맡다 보면 과거의 단순한 전화 사기 사건과는 다른 구조적 범죄의 성격을 체감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캄보디아 사건 이후 보이스피싱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재판에서도 변화가 느껴지십니까?
A. 캄보디아 사건 이후 보이스피싱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조직의 운영 방식이나 해외 거점 문제 등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단순한 전화 사기가 아니라 구조화된 조직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또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가운데 조직 범죄 경력이 없는 평범한 젊은 층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문제를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누구나 피해자나 가담자가 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도 형성된 것 같습니다.
Q. 캄보디아 사건 피고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현지에서 감금 상태였고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재판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어떻게 판단합니까?
A. 재판에서는 피고인이 해당 일을 시작하게 된 경위와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해외 근무인데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조건이었다면 정상적인 업무가 아닐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몰랐더라도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인식하고 참여했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현지에서 강압적인 분위기였거나 자유롭게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취업을 미끼로 속아 출국하게 된 경위가 분명하거나 실제로 탈출을 시도하는 등 범행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정황이 확인되면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Q. 최근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하위 가담자에게도 비교적 높은 형량이 구형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합의나 공탁은 재판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칩니까?
A. 보이스피싱 범죄의 사회적 피해가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검찰이 높은 형량을 구형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재판에서는 피고인의 반성 여부와 피해 회복 노력도 중요한 요소로 검토됩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은 피해자가 명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 변제나 합의 여부가 양형 판단에서 고려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공탁이나 합의만으로 형량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피고인이 맡은 역할과 가담 경위, 피해 규모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Q. 본지에 문의한 사례 가운데 가족이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했다가 재판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들이 어떤 준비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까요?
A. 이런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경위와 실제 역할이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출국 과정에서 취업을 미끼로 속은 정황이 있는지, 현지에서 자유롭게 이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범죄임을 인지한 이후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이 재판에서 함께 검토됩니다. 말씀하신 사례처럼 도망을 시도했다는 정황은 의미 있는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또 피해자가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나 합의 여부도 양형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가족 입장에서는 출국 경위와 현지 상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최대한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카카오톡 대화나 모집 공고 캡처 등 처음 속게 된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변호인과 충분히 상의하면서 대응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서 합의는 어떤 방식으로 고려됩니까?
A.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사건에서는 피해 회복 여부가 양형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합의가 이루어졌는지와 피해가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이때 단순히 합의 금액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합의가 이루어진 피해자의 수와 범위도 함께 살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피해 규모가 피해자별로 크게 다른 경우에는 피해액이 큰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피해 회복 측면에서 의미 있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 수와 합의 여부도 함께 고려되기 때문에 어느 한 기준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Q. 마지막으로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나 가족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A. 보이스피싱 사건은 범행 구조가 복잡하고 가담 경위도 다양한 경우가 많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상황과 역할이 어떻게 평가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와 실제 가담 정도를 차분히 정리하고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피해자가 있는 범죄인 만큼 피해 회복 노력과 반성의 태도 역시 재판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됩니다. 가족들도 관련 자료를 꼼꼼히 정리하고 변호인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대응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