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명 피해 200억대 전세사기 일당 중형…주범 13년

  • 등록 2026.01.16 09: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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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처벌 중심 대응 한계…
예방 중심 제도 개선 필요

 

자기자본 없이 임차인 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입한 뒤 이를 돌려막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형 전세사기’ 사건에서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반복되는 범행 구조와 함께 제도적 허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형사3단독(심재남 부장판사)은 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중개보조원으로 가담한 B씨는 징역 12년, 건물 명의자 C씨는 징역 10년, C씨의 아들 D씨는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8년 7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부산 연제구·부산진구·동래구·해운대구 일대에서 오피스텔 7개 동 265세대를 매입한 뒤 임차인을 모집해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250명, 피해 금액은 약 208억9400만원에 달했다.

 

전세사기 범행은 자기자본 없이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입한 뒤 신규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기존 보증금을 지급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자금 흐름이 막히는 순간 대규모 피해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선순위 보증금이나 근저당권 등 핵심 정보를 축소하거나 허위로 고지하는 방식이 결합된다. 계약 체결 단계에서 이미 반환 불가능성이 내재된 구조라는 점에서 기망 행위가 인정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보증금을 편취한 행위에는 사기죄가 적용되며, 허위 계약서 작성이나 금융기관 제출용 서류 조작이 확인될 경우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가 함께 적용된다.

 

또 중개보조원이나 공인중개사가 가담한 경우 공동정범 또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처벌된다.

 

<더시사법률>이 최근 무자본 갭투자형 전세사기 판결문 10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범행은 개인 단위보다 조직적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가족이나 지인 명의를 활용해 주택을 취득하고 중개 조직이 다수 계약을 동시에 체결하는 방식으로 피해 규모를 키우는 구조가 반복됐다.

 

피해자 수와 피해 금액이 크고 ‘대량 매입·대량 임대·돌려막기’ 구조가 확인된 사건에서는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같은 유형의 전세사기라도 피고인의 역할과 가담 정도에 따라 형량은 크게 달라졌다.

 

2025년 수원지방법원은 수백 채의 오피스텔을 무자본으로 매입해 보증금을 돌려막은 주범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고, 공범들에게도 징역 3년 6개월에서 4년의 실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다수 피해자에게 장기간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힌 점을 중요하게 봤다.

 

같은 사건에서도 범행 주도성이 낮고 일부 피해 회복이 이뤄진 피고인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즉 범행 인식 정도와 역할, 피해 회복 여부가 양형 기준으로 고려된 것이다.

 

2024년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이 선고한 '깡통 전세' 사건에서도 유사한 기준이 확인됐다. 시세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설정한 뒤 이를 무자본 갭 투자자에게 넘기는 구조를 숨기고 계약을 체결한 분양사무실 팀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전세보증금 반환 가능성이 계약 체결의 핵심 판단 요소라고 보고 이를 고지하지 않은 행위를 기망으로 인정했다. 다만 가담 정도가 제한적이고 취득 이익이 크지 않으며 전과가 많지 않은 점이 참작됐다.

 

범행을 주도하고 다수 피해자를 발생시키며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중형이 선고됐다. 반면 단순 가담자이거나 범행 규모가 제한적이고 일부 피해 회복이 이뤄진 경우에는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상태를 인식하고도 임차인을 계속 모집한 경우 고의성이 강하게 인정돼 형량이 높아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명의 제공이나 일부 계약 관여에 그친 경우에는 책임이 제한적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범죄가 반복되는 배경으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보증금으로 매입 자금을 충당하는 거래 구조 자체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이를 사전에 통제할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 법무부 송무심의관 정재민 변호사는 “전세사기는 단순 사기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설계된 범죄 양상이 많다”며 “선순위 권리와 보증금 규모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 해소되지 않는 한 유사 범죄는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발생 이후 형사처벌과 민사 배상에 의존하는 현재 대응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며 “임대차 정보 공개 강화와 보증제도 점검 등 예방 중심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보라 기자 violet0218@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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