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상태로 차량을 몰다 일본인 관광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반복되는 음주운전 사고가 중대한 인명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단독(김지영 판사)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서모씨(30대)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서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공판 과정에서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 재생되자 피고인은 고개를 숙인 채 울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 측과 합의를 진행 중이며 상당 부분 진전이 있다”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가 이뤄질 경우 정상 참작 사유를 중심으로 변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단순 교통사고를 넘어 중대한 인명 피해를 낳는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사고 이후 처벌과 배상이 이뤄지는 사후 대응 중심 구조는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도로교통법 위반과 함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가 함께 적용된다.
핵심 쟁점은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는지 여부와 해당 상태,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다.
위험운전치사상이 인정될 경우 사망 사고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여기에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죄가 별도로 성립해 실체적 경합으로 처벌된다.
법원은 혈중알코올농도뿐 아니라 운전자의 발음 상태, 보행 상태, 사고 당시 운전 형태, 전방주시 여부, 조향 및 제동 조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는지를 판단한다.
양형에서는 만취 정도와 함께 신호 위반, 인도 침범 여부, 피해 규모, 합의 여부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판결들을 보면 음주 상태에서 인도로 돌진하거나 신호를 위반해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서는 징역 7년에서 11년의 중형이 선고된 사례가 이어졌다. 도주나 증거인멸 정황이 결합된 경우 형량은 더욱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초범이고 피해 회복이 상당 부분 이뤄진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형이 선고된 사례도 존재한다. 일부 사건에서는 고액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가 반영돼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형 편차가 범죄 억지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과가 중대한 사건에서도 합의 여부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 역시 인도로 차량이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피해 결과의 중대성이 양형에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중대한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인도 침범 등 위험성이 높은 운전이 결합된 경우에는 법원이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음주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후 처벌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예방 중심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위험 운전자에 대한 관리 강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