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력범죄 피해 유족이 가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범죄 피해 회복 절차와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3민사부(부장판사 송인권)는 ‘분당 흉기 난동 사건’으로 숨진 고 김혜빈씨의 유족이 가해자 최원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유족에게 4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유족이 최씨의 부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력범죄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은 형사절차와 별도로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주요 손해 항목으로는 일실수입과 장례비, 위자료 등이 인정된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이내 행사해야 한다. 불법행위 발생일부터 10년이 지나면 권리는 소멸한다.
법원은 피해자의 소득과 연령, 가동기간 등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산정하고 여기에 위자료를 더해 전체 손해액을 결정한다. 이후 상속관계에 따라 유족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판단한다.
실제 판례에서도 손해배상액은 일실수입과 위자료를 중심으로 산정된다. 일실수입은 피해자가 생존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수입을 의미한다. 통상 도시일용노임과 가동기간 등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위자료는 피해자의 연령과 직업, 사건 경위, 피해 정도, 가해자의 과실과 범행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진다. 대형 사건의 경우 사회적 파장과 책임의 중대성도 함께 반영된다.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배상명령 제도를 통해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피해 회복을 받을 수 있다.
피해자나 유족은 1심 또는 2심 공판 변론이 종결되기 전까지 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유죄 판결 시 치료비와 위자료 등 직접 손해에 대한 배상을 함께 명령할 수 있다.
다만 같은 피해에 대해 이미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배상명령 신청이 허용되지 않는다. 손해 범위가 복잡하거나 추가 입증이 필요한 경우에도 법원이 별도 민사소송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사례가 많다.
배상명령은 형사 판결과 동시에 선고되며, 확정되면 민사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이에 따라 강제집행도 가능하다.
이와 별도로 국가를 상대로 범죄피해자 구조금을 신청할 수도 있다. 구조금은 피해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범죄 발생일부터 10년 이내 신청해야 한다. 지급 여부와 금액은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다만 구조금은 보충적 성격을 가지므로 가해자로부터 충분한 배상이 이뤄진 경우에는 제한될 수 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가해자의 부모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성년 가해자의 경우 단순한 가족관계만으로 부모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부모가 범행 위험을 인지하고도 방치했는지, 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과실과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유족이 부모에게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단순한 친족 관계를 넘어 관리·감독 의무 위반이 명확히 인정돼야 한다”며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원종은 2023년 모친의 승용차를 몰고 보행자를 들이받은 뒤 다수의 사람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고 이 사고로 김혜빈씨와 이희남씨(당시 65세) 등 2명이 병원 치료 중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