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윤달 (서울구치소)

  • 등록 2026.01.17 1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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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온 것뿐인데 사람들은 참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사실 1년은 정확히 365일이 아니라 365일 6시간(5시간 48분)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 미세한 오차가 모여 4년에 한 번, 2월 29일이라는 '윤년'을 만들어냅니다. 어쩌면 제게 주어진 이 수용 생활 또한, 어긋난 삶의 궤도를 수정하기 위해 잠시 멈춰 선 '인생의 윤달' 같은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속되고 처음 맞이한 연말은 참으로 끔찍했습니다. 텔레비전 속에서 한 해의 성과를 축하하며 환하게 웃는 이들을 보며, 공연히 그들을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세상은 저렇게 빛나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차가운 담장 안에 덩그러니 멈춰 서 있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나 봅니다.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어 보려 해도 거울 속에 비친 건 일그러진 얼굴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닫습니다. 내가 시기했던 그들의 환한 미소는 정직하게 땀 흘린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는 것을요.

 

내가 그리워하는 가족의 온기,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는 새해 인사... 그 평범한 행복을 누릴 자격을 스스로 내던진 건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저 때문에 누군가는 새해의 설렘조차 잊은 채 고통의 겨울을 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제 그리움은 이내 무거운 부끄러움이 되었습니다.

 

교도소의 하루는 참 느리게 가면서도, 돌아보면 허망할 정도로 짧습니다. 이 느린 시간 속에서 저는 단순히 출소만을 기다리지 않으려 합니다. 제가 깨뜨린 타인의 평온을 생각하며 다시는 누군가의 삶에 오점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직 누군가의 새해 소망 속에 제가 남아있기를 바라는 건 과한 욕심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먼 훗날, 제가 정직한 삶으로 이 오차를 다 메웠을 때, 그때는 부끄럽지 않게 진심 어린 새해 인사를 건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박보라 기자 booora@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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