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코로나 탓해도 안 된다…법원 “계약 해지 가능”

  • 등록 2026.01.18 15: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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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1년 이상 지연에도 ‘불가항력’ 인정 안 돼

 

오피스텔 입주가 계약서상 예정 시점보다 1년 넘게 지연된 경우 시행사가 전쟁이나 감염병 등 외부 요인을 이유로 들더라도 수분양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 민사15단독(우정민 부장판사)은 수분양자 A씨가 울산 소재 B주택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분양대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조합 측이 A씨에게 약 27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씨는 2021년 조합과 오피스텔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등 약 3700만원을 납부했다. 계약서에는 입주 예정일이 2024년 8월로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조합 측은 공사 민원, 코로나19에 따른 인력 수급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입주 일정을 수차례 연기했다. 결국 사용승인 시점은 최초 예정일보다 1년 1개월 늦은 지난해 9월로 변경됐다.

 

이에 A씨는 장기간 입주 지연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분양대금 반환을 요구했다.

 

조합 측은 계약서에 ‘공정 진행 상황에 따라 입주 예정일이 변경될 수 있다’는 조항과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계약 해지가 제한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입주 예정일 지연이 계약 해제 사유가 되는지와 관련해 사업주체가 일방적으로 변경한 일정이 아니라 계약서에 기재된 당초 예정일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실제로 2023년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도 “공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문구만으로 사업자에게 무제한적인 입주 연기 권한이 부여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조합 측이 주장한 코로나19 확산, 전쟁, 자재 가격 상승 등이 불가항력 사유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계약 체결 당시인 2021년은 이미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된 이후였고, 자재 가격 상승이나 수급 불안 역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요소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사정을 사업자의 책임을 면하는 불가항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공급자의 지배 영역 밖에서 발생했고 통상의 수단으로도 방지할 수 없다는 점이 입증돼야만 면책이 가능하다고 봤다.

 

아울러 재판부는 계약서상 ‘입주 예정일 변경 가능’ 또는 ‘불가항력 시 해제 제한’ 조항 역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해당 조항을 근거로 장기간 일정 연기를 허용할 경우 수분양자의 계약 해제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을 분양계약의 핵심 의무인 목적물 인도 의무가 지연된 ‘이행지체’로 보고 있다. 입주 예정일은 단순한 참고 일정이 아니라 계약의 본질적 요소에 해당하는 만큼 1년을 넘는 지연은 계약의 핵심 내용을 침해하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반환 범위와 관련해서는 조합이 대신 부담한 중도금 대출 이자 등을 공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가 청구한 전액 반환은 인정되지 않고 일부 금액만 인정됐다.

 

이번 판결은 감염병, 전쟁,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을 이유로 시행사의 책임을 쉽게 면제하지 않는 최근 법원 판단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

 

일정 기간을 현저히 초과하는 입주 지연이 발생할 경우 계약서상 면책 조항이 있더라도 수분양자의 계약 해제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분양계약에서 입주 예정일은 단순한 참고 기준이 아니라 계약의 핵심 요소”라며 “1년 이상 지연이 발생하면 시행사가 외부 사정을 주장하더라도 계약 해제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최희원 기자 chw1641@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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