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만 ‘슬쩍’ 불어넣고 버텨…법원 “음주측정 거부 인정”

  • 등록 2026.01.18 16: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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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회피 수단된 측정 거부…
법원 엄정 대응 기조 유지

 

음주 상태에서 운전한 정황이 포착된 상황에서 경찰의 음주측정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현장에서 소란까지 벌인 고령 운전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단순한 거부 의사 표시가 없더라도 반복적인 측정 방해 행위 자체가 범죄로 인정된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최치봉 부장판사)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경기 남양주시 일대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차량을 운전한 뒤 출동한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현장에는 “음주 의심 차량이 주차 중”이라는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운전자에게서 강한 알코올 냄새와 안면 홍조 등 음주 징후를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운전자가 음주 상태에 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경찰이 호흡측정을 요구할 수 있고, 운전자는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측정기에 입을 대는 시늉만 하거나 짧게 숨을 내쉬는 방식으로 측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반복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법정에서 “기기 이상으로 측정이 되지 않았을 뿐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측정기에 입을 대는 시늉만 하거나 짧게 호흡을 내쉬는 방법으로 정상적인 측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반복적으로 방해했다”며 “이는 단순한 측정 실패가 아니라 측정 요구에 대한 실질적인 불응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명시적으로 측정을 거부하지 않았더라도 전체 경위와 행위 태양에 비춰 측정 의사가 없다고 평가되는 경우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음주측정거부죄는 △경찰이 음주운전을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적법한 측정 요구가 이뤄졌으며 △운전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은 경우 성립한다. 판례는 ‘불응’의 의미를 명시적 거부뿐 아니라 측정을 회피하거나 방해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구체적 판단에서 운전자의 태도와 언행, 측정 요구의 경위, 방해 행위의 반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단순한 측정 실패와 달리 의도적으로 측정을 불가능하게 만든 경우라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취지다.

 

처벌 수위 역시 낮지 않다. 도로교통법은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음주운전 단속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측정 거부가 악용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법원도 엄정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과거 음주운전 및 음주측정 거부 전력이 다수 있음에도 재차 범행을 저질렀다”며 “재범 위험성이 높고 범행 이후에도 책임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인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음주측정 요구에 대해 형식적으로 응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 측정을 방해한 경우라면 음주측정 거부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측정기에 입을 대는 시늉을 하거나 정상적인 호흡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과 도출을 막는 행위도 실질적으로는 측정 불응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음주측정 거부는 혈중알코올농도 확인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단속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음주운전보다 더 무겁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며 “운전자의 형식적 태도가 아니라 실제 협조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보라 기자 violet0218@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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