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노린 살인인가, 단순 사고인가…‘진도 저수지 아내 살인’ 21년 만에 재심 결론

  • 등록 2026.01.19 14: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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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압수 위법·국과수 감정 의문

 

아내를 저수지에 빠뜨려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던 이른바 ‘진도 송정저수지 아내 살인 사건’이 사건 발생 21년 만에 재심 결론을 앞두게 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제1형사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이 확정된 고(故) 장모씨(사망 당시 66세)에 대한 재심 재판 변론을 오는 21일 종결할 예정이다.

 

장씨는 2003년 전남 진도군 의신면 송정저수지 인근에서 1톤 트럭을 몰던 중 경고 표지판을 들이받고 저수지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차량에 동승해 있던 아내 A씨(사망 당시 45세)가 숨졌다.

 

장씨는 단순 교통사고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아내 명의로 가입된 8억80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장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판결은 확정됐다.

 

사건은 2020년 충남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이 “경찰이 부실한 현장 조사와 허위 공문서 작성으로 수사를 왜곡했고 검찰 역시 사건을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취지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 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관련 의혹이 방송되며 재조명됐다.

 

장씨는 생전 억울함을 호소하며 2009년과 2010년, 2013년 세 차례 재심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후 재심 전문 변호사인 박준영 변호사가 사건을 맡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재심 개시 결정의 핵심 사유는 ‘직무범죄형 재심 사유’였다. 재판부는 재심 개시 결정문에서 “재심 절차에서는 재심 사유의 존재 여부만 판단할 뿐 그 사유가 유죄 판단에 미칠 영향을 본안처럼 따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에서 사법경찰관이 영장 없이 차량을 사실상 압수해 이동시키고 감정에 사용하도록 했으며 압수목록 교부나 절차적 참여권 보장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관련 문서가 사후 작성돼 수사 기록에 편입된 정황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허위공문서 작성·행사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해당 범죄가 공소시효 완성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형사소송법 체계상 재심 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차량 압수 자체가 위법한 만큼 해당 차량을 기반으로 작성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 역시 위법 수집 증거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새로 제출된 감정 결과까지 종합하면 기존 확정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볼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그러나 장씨는 재심 재판을 앞두고 교도소 이감 과정에서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항암 치료를 받던 중 지난해 4월 숨졌다. 이후 재심 재판은 피고인 없이 진행되는 궐석 재판 형태로 이어졌다.

 

장씨 측은 치료 과정에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결정은 늦어졌다. 결국 형집행정지는 지난해 4월 2일 오전 결정됐지만 장씨는 같은 날 오후 5시 숨졌다.

 

이 과정은 형집행정지 제도의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형집행정지는 수용자의 생명이나 건강이 현저히 위태로운 경우 등에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제도다.

 

형사소송법 제471조 제1항은 ‘형의 집행으로 인해 현저히 건강을 해할 염려가 있는 때’를 그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판단 권한은 검사에게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471조의2는 지방검찰청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검사에게 부여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형집행정지 결정 권한이 사실상 검사에게 집중돼 있다”며 “심의위원회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속행 공판에서 피고인의 자녀를 포함한 증인 3명에 대한 신문을 마친 뒤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박준영 변호사는 “고인은 재심 첫 공판을 불과 보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며 “20년 넘게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텨온 만큼 재심을 통해 사건의 실체가 명확히 규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소망 기자 somang@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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