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나 상호금융기관 직원이 고객 명의를 이용해 자금을 빼돌리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금융권 내부 통제 부실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형사7단독(박용근 부장판사)는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새마을금고 직원 A씨(40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경북 지역 한 새마을금고에서 대출 및 채권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고객 7명의 명의를 이용해 대출을 실행하거나 계좌 자금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총 4억7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씨는 고객 도장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신분증 사본을 활용해 대출 서류를 꾸미는 등 비교적 치밀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 명의로 대출을 실행한 뒤 대출금을 인출하거나 계좌 자금을 빼돌리는 방식이었다.
재판부는 “각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계획적으로 이뤄졌고 피해 규모도 크다”며 “범행 수법이 대담한 데다 피해액 상당 부분이 아직 변제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금융기관 직원이 고객 명의를 이용해 대출을 실행하거나 예금을 인출하는 범죄에는 통상 업무상횡령이 적용된다. 금융기관 직원이 직무상 관리하는 자금을 임의로 사용하면 업무상 보관 중인 재산을 횡령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 판례의 기본 입장이다.
범행 과정에서 대출 신청서나 출금 전표 등을 위조하거나 전산 입력을 무단으로 조작한 경우에는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컴퓨터등사용사기 등이 함께 적용되기도 한다.
비슷한 유형의 사건은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 2013년에는 한 새마을금고 직원이 고객 명의 대출 신청서를 위조하거나 고객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약 3년 동안 6억원이 넘는 돈을 편취·횡령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법원은 “금고 직원 지위를 이용해 고객 인감을 미리 날인한 뒤 대출 신청서를 위조하는 등 범행 수법이 계획적이고 치밀하다”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상당 부분 피해가 보험 등으로 보전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조정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는 배경으로 상호금융기관의 구조적 특성을 지적한다. 지역 단위 금고 중심의 분산 구조와 지점 중심의 자율 운영 방식 때문에 내부 통제와 이상 거래 모니터링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지점에서는 한 직원이 대출 관리와 창구 업무 등을 동시에 맡는 경우가 있어 승인과 집행, 사후 검증이 분리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직원이 고객 도장이나 신분증 사본 등을 이용해 거래를 조작할 여지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금융기관 직원이 고객 명의를 이용해 대출을 실행하거나 예금을 인출하는 사건은 직무상 신뢰를 이용한 범죄라는 점에서 법원이 비교적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장기간 반복된 범행이거나 피해 회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경우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