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24시간 센터’…1조5000억원 돈세탁 조직 적발

  • 등록 2026.01.21 1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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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계좌로 피해금 분산 이체...
검찰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 검토

 

전국 아파트 여러 곳에 이른바 ‘24시간 자금세탁 센터’를 운영하며 보이스피싱 피해금 약 1조5000억원을 세탁한 범죄 조직이 검찰 수사에 적발됐다.

 

검찰은 조직원 일부를 구속기소하는 과정에서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죄 적용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고 있어 조직 구조와 역할 분담이 범죄단체로 인정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부장검사 김보성)는 21일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세탁한 조직원 13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7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총책과 수행비서 2명, 조직원 모집책 등에 대해서는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구속기소된 피고인들은 범죄단체 가입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조직 내에서 자금세탁 거점을 총괄하는 ‘센터장’ 1명과 중간 관리책 2명, 대포계좌를 이용해 자금을 세탁하는 조직원 5명 등으로 역할을 나눠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조직이 전국 아파트 7곳에 자금세탁 거점을 설치해 보이스피싱 피해금 약 1조5750억원을 세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원들은 다수의 대포계좌를 이용해 피해금을 분산 이체하고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자금 흐름을 숨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범죄혐의 중 하나는 형법 제114조에 따른 범죄단체 조직죄 성립 여부다. 형법 제114조는 사형·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나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해 활동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범죄단체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특정 다수인이 일정한 범죄를 반복 수행한다는 공동 목적 아래 결합했는지, 조직 내부에 최소한의 통솔 체계가 존재하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

 

총책과 관리자, 실행 조직원 등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고 범행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확인되면 범죄단체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콜센터 조직과 자금세탁 조직, 대포통장 관리 조직 등이 분업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조직원 교육이나 실적 관리, 수익 분배, 검거 대비 규율 등이 확인될 경우 범죄단체성이 인정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23년 서울중앙지방법원 역시 보이스피싱 조직 사건에서 관리자와 실행 조직원 사이의 역할 분담이 존재하고 콜센터 사무실과 장비가 갖춰진 상태에서 조직원 교육과 실적 관리, 수익 정산 등이 이뤄진 점을 근거로 범죄단체 성립을 인정한 바 있다.

 

반면 범행이 일시적 공모나 단순한 역할 분담에 그치는 경우에는 범죄단체로 보기 어렵다는 판례도 존재한다.

 

법원은 몇 명이 특정 범행을 공모해 역할을 나누어 실행했더라도 조직적 통솔 체계와 지속적인 결합 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범죄단체 조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범죄단체 성립 여부는 조직 내부의 지휘 체계와 운영 방식, 범행의 반복성과 지속성, 구성원 사이의 결합 정도 등이 어느 수준으로 입증되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자금 흐름과 조직 운영 구조를 추가로 확인하는 한편 도주 중인 총책 등 핵심 인물에 대한 추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박혜민 기자 wwnsla@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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