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상자산 이용해 마약 거래…유통책·투약자 131명 검거

  • 등록 2026.01.22 10: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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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상자산 기반 비대면 마약 거래 확산
점조직 구조에 범죄단체 적용 어려워

 

SNS와 가상자산을 이용한 비대면 마약 유통이 확산하는 가운데 역할을 분담한 조직적 범행 정황이 확인되고도 ‘범죄단체’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기반 점조직 구조에서는 조직의 실체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원경찰청은 텔레그램 등 SNS와 가상자산을 이용해 마약을 유통한 일당을 지난 1년간 마약 유통책과 판매책 54명, 투약자 77명 등 총 131명을 검거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가운데 44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보안성이 높은 메신저를 이용해 폐쇄형 거래망을 구축한 뒤 마약을 사고팔았다. 국제우편 등을 통해 마약을 밀반입한 뒤 국내에서 소분·재포장해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거래 대금은 대부분 가상자산으로 지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압수된 마약은 필로폰 1.7㎏ 등 시가 약 7억원 상당이다. 이는 약 6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피의자 가운데 60% 이상은 가상자산 거래에 익숙한 20~30대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은 역할을 분담한 조직적 범행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범죄단체 가입·활동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면서 조직의 실체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유로 지목된다.

 

 

형법 제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의 조직·가입·활동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단순한 공범 관계를 넘어 조직의 지속성, 지휘·통솔 체계, 구성원 간 가입 관계 등이 명확히 입증돼야 범죄단체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재판에서도 온라인 마약 유통망에 대해 범죄단체 혐의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2024년 인천지방법원은 텔레그램을 통해 해외 판매상과 공모해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하고 유통한 피고인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이른바 ‘지게꾼’으로 베트남에서 필로폰과 케타민, 엑스터시 등을 국내로 반입했고, ‘드라퍼’로 활동하며 마약을 은닉하고 위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도 맡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범들과 공모해 두 차례에 걸쳐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하고 드라퍼로서 마약류를 수수했다”며 “마약류 범죄는 개인의 육체와 정신을 피폐하게 할 뿐 아니라 국민 보건을 해치고 다른 범죄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 사건에서도 범죄단체 조직·가입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온라인 기반 유통망의 구조상 조직의 실체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텔레그램 기반 마약 거래는 판매상과 전달책, 구매자가 서로 실명을 모른 채 단계적으로 연결되는 점조직 형태가 많다.

 

판매상은 해외에서 마약을 밀반입하고, 국내에서는 드라퍼가 마약을 특정 장소에 숨긴 뒤 사진과 위치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로 인해 판매책, 드라퍼, 환전책 등이 각 단계에서만 접촉하는 경우가 많다.

 

메신저 대화가 자동 삭제되거나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경우도 많아 지휘·통솔 체계를 입증할 증거 확보 역시 쉽지 않다.

 

법무법인 안팍 안지성 변호사는 “온라인 기반 마약 유통망은 구성원들이 서로 신원을 모른 채 단계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기관이 조직적 범행 정황을 확인하더라도 형법상 범죄단체로 인정될 정도의 조직성을 입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텔레그램 등 익명성이 강한 메신저를 이용한 마약 거래가 확산하면서 기존 범죄단체 개념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사례도 늘고 있다”며 “온라인 기반 마약 유통 구조에 맞는 수사 방식과 법적 대응 방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해선 기자 sun@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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