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분석을 통해 장기간 미제로 남아있던 성폭행 사건의 범인이 특정되면서 범행 17년 만에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나왔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2부(재판장 최영각)는 주거침입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40대)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09년 9월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은 오랜 기간 관리 미제 상태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A씨가 이후 다른 주거침입 강제추행 사건으로 검거되는 과정에서 확보된 DNA가 과거 범행 현장에서 채취된 유전자와 일치하면서 범행이 드러났다.
범행 현장에서 확보된 DNA를 수사기관이 보유한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해 범인을 특정하는 방식은 장기간 미제로 남아있던 성폭력 사건 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경우 일반적으로 공소시효가 적용되지만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시효가 연장될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제2항은 “디엔에이(DNA) 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때에는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의 합헌성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도 판단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과학적인 증거란 과학적 방법을 통해 정확성과 타당성이 담보되고 시간이 지나도 객관적 증거 가치가 유지되는 증거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폭력범죄는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범인의 고유한 DNA가 범행 현장에 남을 가능성이 크며 피해자에게 장기간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소시효 연장 규정은 범죄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 입법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헌재 선고 2020헌바309).
수사기관의 DNA 확보 절차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루어진다. 같은 법 제8조는 DNA 시료 채취 시 원칙적으로 법원의 영장 또는 대상자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채취는 면봉으로 구강점막에서 상피세포를 채취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이는 대상자의 신체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같은 법 제9조 역시 DNA 시료 채취 과정에서 신체나 명예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대상자가 채취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의 영장을 통해 시료를 확보할 수 있다. 검사는 DNA 감식시료 채취 영장을 청구할 수 있으며, 사법경찰관도 검사를 거쳐 법원에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영장에는 대상자의 인적사항과 채취 사유, 채취 방법, 장소 등이 기재된다. 법원은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대상자에게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채취된 시료는 채취 일시와 장소, 방법, 시료 종류 등을 기록한 서류와 함께 DNA 인적관리자에게 전달된다. 이후 식별코드가 부여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감정기관으로 보내져 분석이 이뤄진다.
이러한 절차는 증거의 동일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한 이른바 ‘체인 오브 커스터디(chain of custody)’ 관리 과정이다.
실제 재판에서도 DNA 분석 결과는 중요한 증거로 활용된다. 2021년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피해자의 신체에서 검출된 유전자형이 피고인의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와 데이터베이스 대조 사실이 증거로 제출된 사건을 심리한 바 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이 친족 관계에 있는 미성년자를 장기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으로, 피해자 신체에서 검출된 유전자형이 피고인의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와 데이터베이스 대조 사실이 주요 증거로 검토된 바 있다.
다만 법원은 DNA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공소시효 연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해당 사건의 범행을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인지 여부가 개별 사건에서 판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DNA 분석을 통해 장기간 미제로 남아있던 성폭력 사건의 범인이 뒤늦게 특정된 사례다. 과학수사가 오래된 범죄의 실체를 밝히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