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에게 수면제를 섞은 술을 먹인 뒤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터넷 방송 BJ와 그의 지인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관련 범죄의 형량이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13형사부(부장판사 장석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 및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30대)와 B씨(40대)에게 각각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여자친구에게 수면제를 섞은 술을 마시게 한 뒤 잠든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이 든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 것으로 범행 경위와 수법,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 불쾌감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약물 이용 성폭력 판결 10건 분석…지인 관계 8건
<더시사법률>이 리걸테크 플랫폼 엘박스를 통해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사건 판결 10건을 분석한 결과, 범행은 대부분 피해자와 일정한 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와 피고인이 서로 알고 지내던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이 8건이었다. 연인 관계가 2건, 지인이나 소개로 알게 된 관계가 4건, SNS나 채팅앱 등을 통해 처음 만난 뒤 범행으로 이어진 사례가 2건이었다. 전혀 모르는 사이에서 발생한 사건은 2건에 그쳤다.
범행 장소는 주거지에서 발생한 사건이 5건으로 가장 많았다. 모텔 등 숙박시설이 2건, 차량 이동 후 모텔 등에서 범행이 이뤄진 사건이 2건, 음식점이나 술자리 이후 범행이 이어진 사건이 1건이었다.
약물 유형은 대부분 졸피뎀 계열 수면제가 사용됐다. 분석 대상 10건 가운데 7건에서 졸피뎀 또는 스틸녹스가 술이나 음료에 섞여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촬영이 결합된 사건도 일부 확인됐다.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사례가 2건, CCTV 방향을 돌리거나 촬영을 시도한 사건이 1건이었으며, 나머지 7건에서는 촬영 범행은 확인되지 않았다.
합동범행·촬영 결합 시 형량 상승
형량 분포를 보면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사건은 대체로 징역 2년 전후에서 징역 3년대 형량이 선고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해당 유형 범죄의 특징은 피해자가 수면제나 약물 영향으로 저항이 어려운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진 점이 인정되더라도 범행이 단독으로 이루어지고 추가 범죄가 없는 경우에는 이 범위에서 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공범이 가담한 합동범행이거나 촬영, 협박 등 추가 범행이 결합된 사건에서는 형량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된다.
특히 두 명 이상이 가담해 범행이 이뤄진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이나 특수준강간이 적용될 수 있어 법정형 자체가 무겁다. 이러한 경우 실제 판결에서도 징역 4년에서 6년대 형량이 선고된 사례가 확인된다.
촬영 범행이 결합된 사건 역시 형량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피해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거나 촬영을 시도한 경우에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함께 적용되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러한 범행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영상 유포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을 무겁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양형 판단에서는 범행 횟수와 범행 방법,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이후 태도 등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특히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가 저항하거나 상황을 인식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계획성과 위험성이 높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피해 회복 여부도 형량에 영향을 미친다.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가 지속된 경우에는 실형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초범이거나 피해 회복이 이뤄진 사건에서는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도 확인된다.
법무법인 안팍 안지성 변호사는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범죄의 경우 범행 방식 자체가 피해자의 저항을 어렵게 만드는 특성이 있는 만큼 공범 가담이나 촬영 등 추가 범행이 결합될 경우 법원이 이를 중대한 양형 요소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