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이용 계좌에서 현금인출 시, 횡령죄 성립될까?

  • 등록 2026.01.22 19: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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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변: 안녕하세요. 오늘은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된 횡령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정 변호사님, 어떤 사건이었나요?
정변: 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강 정재영 변호사입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계좌를 넘긴 뒤, 피해자가 약 600만원을 송금하자 그중 300만원을 조직에 전달하지 않고 임의로 사용한 사안입니다. 쟁점은 이 금액이 누구의 재산인지, 그리고 누구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였습니다. 검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재산에 대한 횡령을 주위적으로, 피해자의 재산에 대한 횡령을 예비적으로 주장했습니다.

 

 

조변: 원심은 두 가지 모두 무죄로 봤지만 대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했습니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위탁관계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 부분이 핵심이었겠네요.
정변: 맞습니다. 위탁관계는 단순히 계약으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 관습, 신의칙 등에 의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관계인지가 중요합니다. 재산을 보관하게 된 경위와 당사자 간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규범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조변: 대법원이 착오송금 법리를 적용한 점도 눈에 띄는데요. 보이스피싱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정변: 착오송금은 송금인이 실수로 잘못된 계좌에 돈을 보낸 경우를 의미합니다. 기존 판례는 계좌 명의인이 송금인을 위해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고, 이를 임의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보이스피싱 피해금에도 동일하게 적용했습니다. 즉 계좌 명의인은 피해자를 위해 해당 금액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본 것입니다.

 

 

조변: 그렇다면 계좌를 넘겨준 조직원에 대해서는 왜 횡령죄가 인정되지 않았을까요?
정변: 대법원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첫째, 계좌 명의인은 접근매체를 양도했더라도 예금반환청구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 해당 금액이 조직원에게 귀속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둘째, 계좌 명의인과 조직원 간 관계는 범죄 실행을 전제로 한 것으로 형사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위탁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관계까지 보호할 경우 범죄 수익을 사기범에게 귀속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조변: 이 판결에서는 대법관들의 의견이 나뉜 점도 특징적입니다.
정변: 그렇습니다. 다수의견은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만 인정했지만, 일부 대법관은 조직원과의 관계도 위탁관계로 볼 수 있다고 보아 별개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반대로 또 다른 의견에서는 어떠한 위탁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횡령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만큼 위탁관계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법리적 논쟁이 있었던 사안입니다.

 

 

조변: 이 판례가 갖는 의미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정변: 이 판결은 계좌에 입금된 자금의 법적 성격을 형식이 아니라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서 계좌 명의인은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재산을 보관하는 지위에 놓일 수 있으며, 이를 임의로 사용하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입니다. 동시에 범죄 조직과의 관계는 법적으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피해자 보호를 중심으로 법리를 정립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보이스피싱과 같이 복잡한 자금 흐름이 존재하는 사건에서는 재산의 귀속과 법적 관계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은 변호사 taegang@taegang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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