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연쇄살인범 “실명 공개는 인권 침해” 소송했지만…法 “보도 정당”

  • 등록 2026.01.23 13: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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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범죄 사회적 파장 고려” 항소 기각
언론 상대 손배 청구도 모두 원고 패소

 

‘안양 초등생 유괴 살인 사건’으로 사형이 확정된 정성현이 자신의 실명과 얼굴 사진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법원은 중대한 범죄 사건의 경우 범죄자의 신원 공개가 공익적 목적에서 허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는 정성현이 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유지했다.

 

정성현은 언론 보도로 자신의 실명과 얼굴 사진이 공개되면서 성명권과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됐다며 13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연쇄살인범과 같은 중대 범죄자의 실명과 사진을 언론이 공개하는 행위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형법이나 언론 관련 법령에는 범죄자의 실명이나 얼굴 공개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거나 허용하는 규정이 없다. 법원은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 사이의 이익을 비교형량해 위법 여부를 판단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죄의 성격과 사회적 관심의 정도, 이미 공개된 신원 정보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재판부는 “원고에 대한 실명 및 사진 보도는 범죄의 해악성과 반인륜성,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허용될 수 있다”며 “해당 형사사건 당시 이미 다수 언론을 통해 실명과 사진이 공개된 사안으로 이 사건 기사로 인해 원고의 성명권이나 초상권이 새롭게 침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확립해 온 언론 보도 관련 법리도 언급했다.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이 충돌하는 경우 “개인의 명예 보호와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할 때에는 사회적 여러 이익을 비교해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과 인격권 보호로 달성되는 가치를 형량해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96다17257).

 

다만 범죄 보도의 공공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원 공개가 항상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공공성이 인정될 수 있으나 범죄 자체를 보도하기 위해 반드시 범인이나 범죄 혐의자의 신원을 명시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언론 보도와 관련한 책임 기준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도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5조는 언론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내용이 진실하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러한 헌법적 기준과 판례 법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사건에서는 신원 공개의 공익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정성현은 초등학생 2명과 성인 여성 1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으로, 사형이 확정된 인물이며 사건 당시부터 그의 실명과 사진이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는 점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범죄자의 신원 공개가 언제나 허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대한 범죄 사건에서는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기존 판례의 기준을 다시 확인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형민 변호사는 “언론의 실명이나 사진 보도가 항상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범죄의 중대성과 공익성, 신원 공개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수범 기자 ctrueseal@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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