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민덕희 현실은 냉혹…보이스피싱 피해금 환부 소송 각하

  • 등록 2026.01.23 15: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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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수익 몰수돼도 피해자에게 자동 반환 구조 아냐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해 검거에 기여한 피해자가 범인으로부터 몰수된 피해금을 돌려달라며 검찰의 환부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해당 사건이 부패재산몰수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가 환부를 요구할 법적 신청권 자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3행정부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김모씨가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범죄피해재산 환부청구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며 각하 판결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6년 1월 은행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화를 받고 약 3200만원을 송금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후 스스로 범행 관련 자료를 확보해 경찰에 제보했고, 그 결과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을 포함한 일당 6명이 검거됐다.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제보로 확인된 피해자는 72명, 피해 규모는 약 1억3500만원으로 파악됐다. 또 추가로 234명의 피해를 예방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후 범인에 대한 형사재판이 끝난 뒤 검찰에 범죄피해재산 환부를 요청했다. 그는 2024년 12월 수원지검에 환부청구서를 제출하며 범인에게서 몰수된 피해금 가운데 자신의 피해액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죄수익이 몰수되더라도 해당 금액은 국가에 귀속될 뿐 피해자에게 직접 반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검찰의 환부 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자신이 범행 증거를 확보해 수사기관에 제공했고 조직 검거에도 기여했지만 제도 미비로 피해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김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해당 사건에 부패재산몰수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취득한 재물을 부패재산몰수법상 ‘범죄피해재산’으로 규정한 것은 2019년 8월 법 개정 이후”라며 “해당 규정은 시행 당시 수사 중이거나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만 적용되므로 이미 2016년에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이 사건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환부 제도는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몰수 또는 추징된 재산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라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는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른 몰수나 추징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그 전제가 없는 이상 원고에게는 해당 법률에 근거한 환부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번 소송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자체가 아니라고도 봤다.

 

재판부는 “거부처분 취소 소송이 성립하려면 신청인에게 행정청에 일정한 처분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이 사건에서는 원고에게 그러한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항고소송 대상 처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사건의 실질적인 환부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절차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소를 각하했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범인을 검거하는 데까지 기여했음에도 실제 피해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제도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범죄수익이 몰수되더라도 그 돈이 항상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는 아니다”며 “형법에 따른 몰수는 원칙적으로 국가에 귀속되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범인이 처벌을 받아도 실제 피해금은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 사건처럼 제도 정비 이전에 발생한 사건의 경우 환부 절차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피해자가 결국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는 구조인데 범인이 재산이 없는 경우에는 실질적인 회복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씨의 사연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피해자가 직접 추적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 '시민덕희'의 실제 모티브로 알려졌다. 이 영화에서 배우 라미란이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주인공을 연기했다.

김해선 기자 sun@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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