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 사기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법원에서 사망 간주 결정을 받았다가 뒤늦게 생존 사실이 확인되면서 검찰이 직접 실종선고 취소 절차에 나섰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시전)는 가상화폐 투자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인 A씨에 대해 지난 14일 법원에 실종선고 취소를 청구했고 법원은 약 일주일 만에 이를 인용했다.
앞서 A씨 가족은 A씨가 가상화폐 투자 사기 범행 이후 캄보디아로 도주한 뒤 장기간 생사가 확인되지 않자 법원에 실종선고를 청구했다. 법원은 당시 A씨가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는 실종선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후 A씨가 해외에서 국내로 추방되면서 생존 사실이 확인됐고, 검찰이 민법 규정에 따라 실종선고 취소 심판을 청구하면서 법적 신분을 회복하게 됐다.
민법 제27조는 부재자의 생사가 5년간 분명하지 않을 경우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로 실종선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쟁이나 선박 침몰 등 생명이 위태로운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위난 종료 후 1년간 생사가 확인되지 않으면 특별실종이 인정된다.
반대로 실종자의 생존 사실이 확인되거나 사망 시점이 실종선고에서 정한 시점과 다르다는 점이 입증되면 법원은 실종선고를 취소해야 한다. 이때 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본인이나 이해관계인뿐 아니라 검사도 포함된다.
대법원도 실종선고 제도에서 “이해관계인이라 함은 법률상 또는 경제적 신분상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80스27).
실종선고 취소가 이뤄지더라도 모든 법률관계가 자동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민법은 실종선고 취소 전에 선의로 이뤄진 법률행위의 효력은 유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종선고로 인해 재산을 취득한 사람은 선의일 경우 현존 이익 범위 내에서 반환 의무를 부담하고, 악의일 경우 이자와 손해배상까지 책임질 수 있다.
실종선고의 효과 자체도 취소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유지된다. 대법원은 “실종선고의 효과는 취소되지 않는 한 반증으로 다툴 수 없다”고 판시하며 취소 심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대법원 선고 94다52751).
실종선고 취소가 확정되면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절차도 이어진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청구인은 판결 등본과 확정증명서를 첨부해 1개월 내 실종선고 취소 신고를 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실종선고 청구권자 범위도 중요한 쟁점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실종선고 취소 청구에서 이해관계인을 “법률상 사망으로 인해 직접 신분상 또는 경제상 권리를 취득하거나 의무를 면하는 사람”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사건처럼 수사기관이 직접 실종선고 취소를 청구하는 사례는 흔치 않지만, 민법은 공익적 필요가 있을 경우 검사가 취소 청구권자로 나설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실종선고가 단순한 가족 문제를 넘어 재산권과 신분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인 만큼 취소 절차 역시 엄격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A씨가 국내에 별다른 기반이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점,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출소 이후 취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 협조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