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당신에게 (경북북부제2교도소)

  • 등록 2026.01.23 1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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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갇힌 지도 벌써 3년이 흘렀네.

 

처음 구속되던 날, 내 잘못으로 인해 당신과 아이들에게 남긴 거라곤 수많은 빚과 절망뿐이었지. 그때는 모든 게 산산조각 나 끝나버릴 것만 같았어. 하지만 현명한 당신이 그 모진 풍파를 홀로 견디며 가정을 지켜준 덕분에 조금은 안정된 마음으로 오늘을 버틸 수 있게 된 것 같아.

 

5년이라는 형기를 확인하고 차마 기다려달라는 염치없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 내가 지은 죄 때문에 당신과 아이들이 겪어야 할 고통이 너무도 컸기에, 홀로 남겨질 각오로 "이혼 서류를 보내도 된다"고 했었지.

 

그때 "누구 좋으라고 이혼을 해주냐"며, "나와서 제대로 살 생각이나 해"고 말했던 당신의 그 불호령 같은 사랑이 나를 다시 살게 했어.

 

늘 미안하고 또 고마워.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 내가 여기서 가족의 온기를 그리워하는 이 순간에도 내 잘못으로 인해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지울 수 없는 상처 속에 살고 있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야. 내가 감히 우리 가족의 안녕을 바라도 되는지, 스스로 물어보며 고개를 숙이게 돼.

 

그래서 나는 남은 2년의 시간을 단순히 기다림으로 채우지 않으려 해. 출소 후에 다시는 비겁한 길에 서지 않도록 누군가에게 또다시 눈물을 주는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매일같이 내 삶의 궤도를 수정하고 있어.

 

당신 곁으로 돌아가는 날, 나는 책임감 있는 인간이 되어 돌아갈게. 내 가족을 지키는 힘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방식이 되지 않도록 정직하게 땀 흘려 내 몫을 다하는 가장이 되겠다고 약속해.

 

다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마워. 당신이 지켜준 이 가정이 내게는 평생 갚아야 할 숙제이자, 세상에 끼친 민폐를 속죄하며 살아야 할 이유라는 걸 잊지 않을게. 사랑해.

채수범 기자 ctrueseal@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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