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여러분께 드리는 전언 (안양교도소)

  • 등록 2026.01.23 19:05:52
크게보기

 

사회에서 불같은 성질을 이기지 못해 누군가의 가해자가 되고, 이곳 수용 거실까지 흘러 들어온 이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그때 한 번만 참을 걸" 하며 뒤늦은 후회를 하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수용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생의 가장 혹독한 인내심 수업을 받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인내의 연습은 바로 지금, 이 좁은 거실 안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수용 생활에도 엄연히 지켜야 할 규칙과 질서가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고압적인 '방장' 문화는 이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거실의 최고 선임이 권위로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봉사원이 되어 원활하고 건전한 단체생활을 이끄는 미덕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선임이 중심을 잡고 에티켓을 솔선수범할 때 수용 거실 내 불필요한 다툼은 사라집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최고 고참이라는 이유로 큰 소리로 주변에 불편을 주거나, 거친 언행으로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기도 합니다.

 

특히 설거지나 청소 같은 공동의 과업에서 "나는 선임이니 열외"라고 주장하는 편향된 태도는 동료들을 괴롭게 만들고 불평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입니다.

 

권위적으로 군림하며 이권을 독점하려 들면, 함께 있는 이들은 억지로 스트레스를 감내하며 하루하루를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 이를 지적해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다툼으로 번져 조사 수용이나 전방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동료 여러분, 부디 우리가 먼저 솔선수범합시다. 고참이 먼저 빗자루를 들고 먼저 고개를 숙일 때 그 방의 공기는 평화로워집니다.

 

잘 참는 사람은 화가 없어서 참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속의 불길을 스스로 다스리며 타인에게 그 열기를 전하지 않을 뿐입니다. 지금은 우리 스스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분별력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생활과 인권은 형집행법으로 보장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의 감시가 없더라도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춘다면, 고단한 수용 생활 속에서도 화낼 일은 줄어들 것입니다.

채수범 기자 ctrueseal@tsisalaw.com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