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를 거점으로 대규모 스캠(사기) 범죄를 벌이다 국내로 강제 송환된 한국 국적 피의자 73명 가운데 1명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서 형사사건에서의 ‘구속 요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송환된 피의자 73명 전원에 대해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가운데 72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1명에 대해서는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피의자는 이른바 ‘소액 직거래 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규모와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범죄 혐의가 비교적 경미하다고 판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대규모 사건에서 일부 피의자에 대해서만 영장이 청구되지 않거나 기각되는 사례는 형사소송법상 구속 요건과 관련이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를 구속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범죄 혐의가 소명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경우 또는 도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정 가운데 하나가 충족돼야 한다.
법원은 구속 필요성을 판단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성, 피해자에 대한 위해 가능성 등도 함께 고려한다. 이 때문에 동일 사건에서 다수 피의자에 대해 영장이 동시에 청구되더라도 가담 정도나 증거 관계, 해외 도피 가능성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판례에서도 구속 여부는 개별 피의자의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돼 왔다.
2017년 인천지방법원은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현금 인출 역할을 맡았던 피고인이 조직 범행에 가담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단순 가담자라는 점과 범행 경위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또 2015년 서울서부지방법원 역시 일정한 주거가 있고 증거조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도망 우려가 크지 않다는 이유 등을 들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소액 직거래 사기처럼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은 사건의 경우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영장 기각 가능성과 그에 따른 수사 부담 등을 고려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해외 거점을 둔 조직형 사기 사건의 경우 특히 도주 가능성과 증거 인멸 우려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보이스피싱이나 스캠 조직은 총책, 관리책, 콜센터조직, 현금수거책 등으로 역할이 세분화된 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조직 내 역할과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구속 필요성 판단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조직형 사기 사건에서는 총책이나 관리자 등 핵심 역할을 맡은 경우 구속 필요성이 높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단순 가담자이거나 범행 관여 정도가 제한적인 경우에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