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피해자에게 수십 차례 연락하며 협박한 40대 남성이 다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스토킹 범죄의 인정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욕설이나 협박성 메시지가 단발로 전송된 경우와 반복적으로 이어진 경우 사이에서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스토킹 범죄를 판단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김성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0)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7일부터 15일까지 피해자 B씨(26)에게 총 88차례 연락하며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2024년 2~3월 B씨를 스토킹한 혐의로 같은 해 5월 1일 실형을 선고받자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는 지난해 5월 7일 구속이 취소돼 석방되자마자 B씨에게 “죽을 준비해. 네가 신고해서 보낸 것도 알고 있으니 나부터 보자”, “네가 나를 감옥에 보내고도 잘 살 수 있는지 보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이 단순한 협박을 넘어 스토킹 범죄로 인정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전화·문자 등을 보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행위'로 규정하고, 이러한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스토킹범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즉 단순히 연락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스토킹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해당 행위가 상대방에게 객관적으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지, 이러한 행위가 지속·반복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실제 판례에서도 법원은 스토킹 범죄 판단 기준으로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연락 횟수와 기간 ▲메시지 내용 ▲접근 방식 등을 함께 고려한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이별 통보 이후 약 2시간 동안 69차례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내가 눈 뒤집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협박성 문구를 보낸 사건에서는 스토킹 범죄가 인정됐다.
또 피해자가 “연락하지 말라”고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같은 날 수십 차례 전화와 메시지를 보내고 주거지 주변에서 기다린 사례에서도 스토킹 행위가 인정된 판례가 있다.
반면 연락 횟수가 적고 메시지 내용이 단순한 대화 요청 수준에 그친 경우에는 스토킹 범죄가 부정된 사례도 있다.
2025년 울산지방법원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갈등 과정에서 “만나서 대화로 풀자”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총 7차례 보낸 사건에 대해 스토킹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스토킹처벌법 제2조가 요구하는 지속·반복적 행위와 공포 유발 정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서는 동일한 메시지라도 상황에 따라 협박죄만 성립할 수도 있고 스토킹 범죄가 함께 인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협박죄는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해악을 고지하면 성립한다. 반면 스토킹 범죄는 이러한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져 상대방에게 지속적인 불안이나 공포를 유발해야 한다.
따라서 욕설이나 협박성 메시지가 단발로 전송된 경우에는 협박죄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지만 같은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어질 경우 스토킹 범죄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는 단순한 연락 여부가 아니라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어떤 공포를 유발하는지, 얼마나 반복됐는지를 중심으로 판단된다”며 “협박 메시지가 반복될 경우 스토킹 범죄와 함께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