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을 둔기로 무차별 폭행해 살해하려 한 6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둔기로 피해자의 머리를 반복적으로 가격한 행위가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판단해 살인미수의 고의를 인정했다.
울산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박동규)는 살인미수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인 B씨와 술을 마시던 중 “나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격분해 공구함에 있던 둔기를 꺼내 범행에 나섰다. A씨는 “너는 죽어야겠다”고 소리치며 B씨의 머리와 몸을 약 15차례 강하게 내려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폭행으로 B씨는 머리뼈 골절 등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다. 다행히 피해자가 현장에서 도망치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건 이후 체포 과정에서도 경찰관을 밀쳐 다치게 해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재판부는 “범행 도구의 위험성과 공격 부위, 반복된 폭행 횟수 등을 종합할 때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에게 적용된 살인미수죄에서의 고의는 반드시 명확한 살해 의도가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행위자가 자신의 행동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서도 이를 용인한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 기준이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범행 경위와 동기, 흉기나 둔기의 위험성,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망 결과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살인의 고의를 판단한다.
실제로 2023년 광주지방법원은 배우자의 내연 관계에 격분해 피해자를 식칼로 11차례 찌른 사건에서 범행 동기와 흉기 사용 방법, 공격 부위와 반복성을 종합하면 적어도 사망 가능성을 인식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살인미수죄를 인정한 바 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 역시 경찰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 성립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경찰관이 적법 절차를 위반해 불법 체포를 시도한 경우 이에 대한 반항 과정에서 상해가 발생했다면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2006도2732).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 역시 둔기로 머리를 반복적으로 가격한 점과 범행 당시 발언 등을 고려할 때 살인의 미필적 고의 인정 가능성이 높은 전형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김형민 변호사는 “해당 사건과 같이 머리와 같은 급소를 둔기로 여러 차례 강하게 가격하는 행위는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행위로 평가된다”며 “이 경우 법원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살인미수죄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포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입힌 행위 역시 특별한 절차 위반이 없는 한 공무집행방해가 함께 인정되는 구조가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