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파타야 거점 사기조직 ‘룽거컴퍼니’ 조직원들 첫 판결

  • 등록 2026.01.26 19:39:42
크게보기

중형 선고에도 추징금 수천만원 수준
범죄수익 귀속 기준 추징 산정해

 

태국 파타야를 거점으로 로맨스스캠과 가상자산 투자 사기를 벌여 수백 명의 피해자를 낸 이른바 ‘룽거컴퍼니’ 사건에서 조직원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다만 수백억원대 피해가 발생한 사건임에도 일부 피고인에게 선고된 추징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산정되면서 그 기준에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범죄단체 가입 및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24)에게 징역 11년과 추징금 1114만원을, 김모씨(42)에게 징역 8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태국 파타야에 거점을 둔 사기 조직 ‘룽거컴퍼니’에 가담해 로맨스 스캠과 가상자산 투자 사기 등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결과 이 조직은 2024년 7월부터 약 1년 동안 로맨스스캠팀, 가상자산사기팀, 노쇼사기팀, 기관사칭사기팀 등을 운영하며 878명의 피해자로부터 약 210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조직에 가담해 가짜 복권 사이트로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복권에 당첨되지 않았으니 보상 차원에서 추후 고가에 매도할 수 있는 가상자산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속이는 방식으로 206명에게서 약 6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김씨 역시 같은 수법으로 116명에게서 약 25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 수사는 조직 내부 갈등에서 비롯됐다. 총책과 갈등을 빚던 내부 조직원이 구타와 감금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고, 이를 알게 된 가족이 한국대사관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후 태국 경찰이 파타야 현지 리조트를 급습해 조직원들을 검거하면서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

 

다만 피해 규모가 200억원이 넘는 대형 사기 사건임에도 일부 피고인에게 선고된 추징금이 수천만원 수준에 그친 점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형민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추징은 범죄로 얻은 이익을 박탈하기 위한 처분이지만, 피해액 전체가 아니라 피고인에게 실제로 귀속된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공동 범행에서 추징 범위를 판단할 때 개인별 이익 귀속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범죄수익의 몰수·추징은 부정한 이익을 박탈하기 위한 것이므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범행해 이익을 얻은 경우 각자가 실제로 분배받은 금원만을 개별적으로 몰수·추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선고 2012도13999).

 

실제 전기통신금융사기 사건에서도 전체 피해액이 아니라 피고인이 조직에서 받은 수당을 기준으로 추징액이 산정된 사례가 있다.

 

2025년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보이스피싱 조직 상담원 사건에서 상담원이 받은 수당 비율을 기준으로 약 507만원만을 추징한 바 있다.

 

이 같은 법리에 따르면 범죄 조직 전체 피해액이 수백억원에 이르더라도 조직 내 역할이 제한적이고 실제로 받은 몫이 적다면 추징금 역시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징역형과 추징금의 성격 차이도 이런 결과를 낳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징역형은 범행 가담 정도와 범죄의 사회적 폐해 등을 고려해 정해지는 형벌인 반면 추징은 범죄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대규모 사기 사건이라도 하위 조직원은 일정 비율의 수당만 받는 구조가 많기 때문에 피해액 전체와 추징액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 회복은 추징과 별도로 민사 소송이나 배상 절차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wwnsla@tsisalaw.com
Copyright @더시사법률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