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를 가진 장모와 처형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재판 과정에서 수십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 위계 등 간음)과 존속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최근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검찰 역시 상고하지 않으면서 항소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1심과 동일한 징역 13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함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7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2020년 9월 자신의 주거지에서 아내 B씨(26), 장인 C씨(59), 지적장애가 있는 장모 D씨(44), 처형 E씨(28)와 함께 잠을 자던 중 장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틀 뒤에도 방 안에 혼자 있던 장모를 다시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쟁점은 피해자가 지적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상대로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한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위력의 의미를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 해석한다. 폭행이나 협박뿐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생활 환경, 심리적 지배 상태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특히 가족이나 동거 관계에서 피해자의 저항이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 경우 위력이 인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극악무도한 행태에 제대로 반항하거나 거부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한 범행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관계에 있음에도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고인이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며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A씨는 양형이 부당하다고 항소하면서 총 23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형사재판에서 반성문은 양형 판단에서 고려되는 요소 가운데 하나지만 제출 횟수만으로 감경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반성의 진정성과 재범 가능성, 피해 회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전의 정’이 있는지를 판단한다.
특히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폭력처럼 범행의 중대성이 큰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취약성을 이용한 점, 가족이나 보호 관계에서 발생한 범행인지 여부, 범행의 반복성 등이 중요한 양형 요소로 평가된다.
이 같은 사정이 중대하게 인정될 경우 반성문 제출만으로 형량이 크게 달라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실제로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폭력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취약성을 악용하거나 가족 관계를 이용해 범행이 이뤄진 경우 죄질이 무겁게 평가되는 사례가 많다. 반복 범행이나 다수 피해자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중형이 선고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결국 A씨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이를 포기하면서 징역 13년의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