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재판기록 열람·복사 신청 절차를 개선해 이메일을 통한 사전 예약 제도를 전국 법원으로 확대 시행한다.
법원행정처는 27일 재판기록 열람·복사 예약 신청을 이메일로 접수하는 제도를 오는 다음 달 1일부터 전국 법원에서 시행한다고 밝혔다.
재판기록 열람이나 복사를 원하는 민원인은 전자소송 포털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각 법원에 마련된 열람·복사 신청용 공용 이메일 주소로 제출하면 된다.
신청서를 접수한 법원은 기록 준비 상황 등을 검토한 뒤 방문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신청인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그동안 재판기록 열람·복사 절차는 신청인의 자격 심사와 재판장이 정하는 열람 방식 지정, 개인정보 비실명 처리 여부 검토 등이 필요해 즉시 처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민원인이 법원을 직접 방문해 신청한 뒤 다시 방문해야 하는 불편이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재판기록 열람·복사 절차에는 신청인의 적격 여부 확인과 재판장이 정하는 일시·장소·방법 지정,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실명 처리 여부 검토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나 증인 등의 신상정보가 포함된 기록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필요해 처리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기록 공개 범위가 제한된 사례도 있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비실명 처리되지 않은 채 가해자 측에 전달된 사례가 문제되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재발 방지와 관련 규칙 정비를 권고한 바 있다.
재판기록 열람 범위와 공개 기준은 개인정보 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사이의 균형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정보공개 사건에서 진행 중인 사건의 사건번호와 소송대리인, 수임료 내역 등을 공개하지 않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025년 서울행정법원은 외교부가 2024년 선임한 사건의 사건번호와 진행 중인 사건의 소송대리인 및 수임료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사건번호 자체만으로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렵고 공개된 정보만으로 진행 중인 재판의 심리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위험도 크지 않다”며 “국가 예산으로 지급되는 소송대리인 수임료는 공공기관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공개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기록 열람·복사 절차는 대법원 규칙과 예규에 따라 운영된다. 우편 신청 후 복사본을 우편으로 송부받는 방식은 규칙이 예정한 절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단도 제시된 바 있다.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일부 법원에서는 그동안 팩스나 이메일을 활용한 사전 예약 방식의 신청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해 왔다. 이번 조치로 해당 방식이 전국 법원으로 확대 적용되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최근 팩스 이용이 감소하는 추세를 고려해 일반 국민이 비교적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메일을 예약 신청의 주요 수단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더시사법률>과의 통화에서 “재판기록 열람·복사 신청은 사건 유형이나 개인정보 보호 여부 등에 따라 즉시 처리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이메일 예약 신청 제도를 통해 방문 전에 신청인의 자격과 기록 범위, 개인정보 보호 조치 필요 여부 등을 미리 검토해 민원인의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메일 예약 신청 제도의 법적 성격과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시행 과정에서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약 신청의 효력 발생 시점이나 신청서 미비 시 보정 절차 등 세부 운영 기준은 법원행정처의 시행 안내나 관련 예규를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