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하게 한 뒤 수천만원 결제…유흥주점 업주 ‘준사기 vs 강도’ 법적 쟁점은

  • 등록 2026.01.27 11: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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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 불능 상태 만들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

 

충북 음성의 한 유흥주점에서 손님들에게 술을 과도하게 권해 정신을 잃게 한 뒤 거액의 술값을 결제하게 했다는 신고가 잇따르면서 이런 행위가 형법상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준사기 및 공갈 혐의로 30대 유흥업소 업주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음성 일대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을 찾은 손님들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틈을 이용해 술값을 과다 청구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여러 명으로 파악됐으며, 일부는 최대 22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사건이 형법상 어떤 죄명으로 평가되는지가 주요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보통 심신장애 상태를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처벌하는 준사기와 폭행이나 협박으로 재물을 빼앗는 강도 사이에서 법적 평가가 갈린다.

 

형법 제348조는 미성년자의 사리분별력 부족이나 사람의 심신장애 상태를 이용해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준사기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형법 제333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강도죄로 처벌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손님에게 술이나 약물을 이용해 정상적인 판단과 저항이 어려운 상태를 만든 뒤 금전을 취득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단순히 술에 취한 상태를 이용해 결제를 받았다면 준사기가 문제될 수 있지만 약물을 타거나 기망적인 권주로 급격한 혼취 상태를 유발해 사실상 항거가 불가능한 상태를 만들었다면 강도죄가 성립할 여지도 있다.

 

실제로 유사 사건에서 법원이 강도죄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 2012년 수원지방법원은 유흥주점 종업원들이 손님에게 양주와 맥주를 섞은 이른바 ‘폭탄주’를 계속 권해 급격히 취하게 만든 뒤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내 현금을 인출한 사건에 대해 특수강도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손님에게 술을 계속 권해 급하게 마시게 하고 혼취 상태에 이르게 한 행위는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서 특수강도죄의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도 폭행을 당한 사람과 현금의 소유자가 금융기관으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강도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폭행 또는 협박을 당한 사람이 탈취된 재물의 소유자일 것을 요하지 않는다”며 강도죄 성립을 인정했다.

 

반면 피해자가 스스로 술을 마신 뒤 취한 상태에서 업소 측이 이를 이용해 결제를 유도한 경우에는 준사기죄가 문제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핵심은 피해자가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는지와 피의자가 그 상태를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는지 여부다.

 

수사기관은 보통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약물 감정 결과, 업소 내부 CCTV, 카드 결제 기록, 피해자의 음주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피해자가 항거 불능 상태였는지를 판단한다. 특히 약물 투여 정황이 확인되면 강도 혐의 적용 가능성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유형의 범행이 조직적으로 이뤄질 경우 죄질이 무겁게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술을 강하게 권하거나 약물을 이용해 손님을 사실상 저항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 뒤 금전을 취득했다면 단순한 사기 수준을 넘어 강도 범죄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기민 기자 winni@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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