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 유튜버 선행매매…대법,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 등록 2026.01.27 1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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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투자자 인식 가능한 표시 필요”

 

구독자 수십만 명을 보유한 주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특정 종목을 추천하기 전에 미리 주식을 매수한 뒤 방송 이후 주가 상승 국면에서 이를 매도하는 이른바 ‘선행매매’ 방식으로 거액의 차익을 얻은 유튜버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56)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구독자 약 55만 명 규모의 주식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투자 정보를 제공해 왔다.

 

그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방송에서 특정 종목을 추천하기에 앞서 미리 해당 주식을 매수한 뒤 방송 이후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가 상승하자 이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약 58억9000만원의 부당이익을 얻은 혐의를 받는다.

 

문제가 된 종목은 모두 5개로 조사됐다. 김씨는 방송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매수 또는 매도 보류 의견을 제시하며 매수세를 유도했고, 그 사이 자신이 미리 매수해 둔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가 규정한 ‘사기적 부정거래’ 해당 여부였다.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추천 종목을 미리 매수해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이해관계를 명확히 알리지 않은 채 매수를 권유하거나 매도 보류를 유도한 행위가 ‘부정한 수단·기교’ 또는 ‘위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였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 측은 자신의 행위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방송에서 매도 보류를 언급한 발언은 단순한 투자 의견에 불과하며 위법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또 방송 과정에서 해당 종목 보유 사실이나 매도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해 이해관계를 알렸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 가운데 일부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방송 과정에서 종목 보유 사실이나 매도 가능성을 언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해관계를 전혀 표시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종목 매수를 추천하는 시점이나 그 이전에 자신의 이해관계를 투자자가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히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방송에서 “해당 종목이 신고가를 기록해 기분이 좋다”거나 “급등하면 매도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표현만으로는 시청자가 피고인의 선행 매수 사실이나 향후 매도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추천 종목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추천 이후 매도할 수 있다는 사실은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이러한 이해관계는 투자자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은 자본시장의 자금 흐름을 왜곡하고 주식시장의 공정성과 투자자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크며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김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전 판례에서도 투자자문업자나 증권 분석가, 언론 종사자, 투자 관련 웹사이트 운영자 등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추천 종목을 선행 매수해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매수를 권유하는 경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2015년 대법원은 추천 종목을 미리 매수해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매수를 권유한 행위가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의 ‘부정한 수단·기교’와 같은 조 제2항의 ‘위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선고 2015도760).

 

또 2019년 대법원은 이해관계 표시가 투자자가 실제로 인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며 추천 시점과 상당한 시간이 지난 과거의 산발적 언급만으로는 충분한 표시로 보기 어렵다는 기준도 제시했다(대법원 선고 2018도13864).

 

아울러 사기적 부정거래는 실제로 주가 상승 등 결과가 발생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정한 수단이나 기교를 사용해 투자자를 유인하는 행위 자체로 성립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온라인 투자 정보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진 유튜버나 투자 방송 진행자의 책임 범위를 다시 확인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최근 유튜브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투자 정보 제공이 급증하면서 추천자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며 “이번 판결은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추천 종목을 보유하고 있거나 향후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해관계를 투자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는 기준을 다시 확인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투자 방송이나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최희원 기자 chw1641@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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