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사망 사고 구상금 소송, 화물차 책임 일부 인정

  • 등록 2026.01.27 14: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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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시야 제한 입증 여부가 과실 판단 핵심”

 

광주지방법원이 버스 과속 사고와 관련해 사고 지점 인근에 불법 주정차돼 있던 화물차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방법원 민사10단독(하종민 부장판사)은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버스가 제한속도를 초과해 주행하다 킥보드 운전자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에서 교차로 인근에 주정차돼 있던 화물차의 책임 범위가 쟁점이 됐다.

 

사고는 2024년 7월 20일 오전 5시 35분께 광주 남구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제한속도 시속 30㎞ 구간에서 버스가 시속 50㎞로 주행하던 중 킥보드를 타고 가던 A씨와 충돌 후 A씨가 사망했다.

 

앞선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버스 운전자 과실을 70%, 킥보드 운전자 과실을 30%로 판단했다.

 

이후 버스 공제를 운영하는 전세버스조합은 사고 지점 근처에서 화물차가 불법 주정차 상태로 하역 작업을 하고 있었던 점이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며 화물차조합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화물차조합 측은 사고의 직접 원인은 버스의 과속 운전과 킥보드 운전자의 과실이라며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화물차의 불법 주정차 역시 사고 발생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차로 인근에 주차된 화물차로 인해 시야 확보에 일정한 장애가 있었고, 제한속도를 초과한 버스 운전자의 과실과 킥보드 운전자의 과실이 결합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존 판단을 다시 검토해 과실 비율을 버스 55%, 킥보드 30%, 화물차 15%로 재산정했고, 화물차조합이 전세버스 조합에 7508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인정된 판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22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교차로 인근 불법 주정차 차량이 시야를 가려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면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사건은 제주 서귀포의 한 교차로에서 승용차와 오토바이가 충돌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였다. 사고 당시 교차로 모퉁이에는 대형 화물차가 불법 주정차돼 있었다.

 

재판부는 “주차금지구역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없었더라면 충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손해가 더 적게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불법 주차와 사고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교차로 가장자리에 주정차된 대형 화물차로 인해 승용차 운전자와 오토바이 운전자가 서로를 확인하기 어려운 시야 제한이 있었다”며 “다만 차량 운전자 역시 교차로 진입 시 안전 확인 의무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불법 주정차 차량의 책임을 15%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법조계에서는 교차로 주변 불법 주정차 사고의 경우 시야 제한이 실제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가 책임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된다고 설명한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나 황색실선 구간 등 명백한 주정차 금지 구역에 있었는지가 먼저 확인된다”며 “CCTV나 블랙박스, 현장 사진 등을 통해 실제 시야 제한이 입증되면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 오토바이, 불법 주정차 차량 등 여러 요인이 결합된 사고에서는 각 행위가 사고에 미친 영향을 따져 과실 비율을 나누게 된다”며 “유사 판례에서는 불법 주정차 차량 책임이 대체로 10~30% 범위에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채수범 기자 ctrueseal@tsis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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